1인 가구 문제점 보완한 ‘홈 셰어’ 증가
사생활 침해, 공동 비용 갈등도
국내는 초기단계…홈 셰어 문화 만들어야

 

홈 쉐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간다는 콘셉트의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SBS 제공
홈 쉐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간다는 콘셉트의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SBS 제공

밤 11시가 넘었다. 지민(가명·23)씨는 학교 수업에 아르바이트까지 끝내고 나니 몸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겁다. 어서 집에 들어가 쉬고 싶지만 들어가기 꺼려진다. 어젯밤 함께 ‘홈 셰어’를 하는 선경(가명·23)씨가 그의 남자친구와 집에서 입 맞추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로 자취 생활 5년째인 대학 4년생 지민씨는 경제적·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지난해부터 선경씨와 홈 셰어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예기치 못한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적 부담 줄지만...

한 집을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소유하며 관리하는 주거 형태인 홈 셰어는 다른 이들과 삶을 공유해 경제적 부담을 덜고 마음의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이유로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위한 셰어 하우스를 짓기로 했다. 또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SBS ‘룸메이트’, 케이블 채널 Olive ‘셰어 하우스’ 등 홈 셰어를 콘셉트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홈 셰어가 급증하게 된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126만7000명)는 전체 가구의 23.9%를 차지한다.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나 홀로족’인 셈이다. 1인 가구 거주자들은 경제적 부담감이 크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거비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대학생들은 경제적 문제에 더 취약하다. 실제 대학이 밀집해있는 성북구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60만원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안으로 홈 셰어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족회의하는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멤버들
가족회의하는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멤버들 ⓒSBS '룸메이트' 방송 화면 캡쳐

공동생활 규칙 만들기

치솟는 월세에 홈 셰어를 시작한 지민씨와 선경씨는 ‘친구를 초대해도 좋다’는 나름의 규칙을 세웠다. 지민씨는 친구를 초대해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지만, 그로 인해 선경씨는 ‘개인’의 삶이 없어져 불만이다. 한편 선경씨는 집에서도 남자친구와 애정 표현에 서슴없다. 지민씨는 ‘애정 표현에 대한 규칙을 세워야 하나?’ 고민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지민씨는 ‘정도의 차이일 뿐, 내 기준을 강요하지 말자’고 결론지었다.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도 주요한 갈등 요인이다. 지난달 49㎡(15평형) 집에 사는 두 사람 앞으로 청구된 전기세는 32만원. 더위를 많이 타는 선경씨의 남자친구가 집에서 종일 에어컨을 틀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비, 도시가스비, 건물 관리비를 더하면 한 달치 월세에 육박한다. 그러나 선경씨는 지민씨의 친구들이 공동 구매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회기동에서 홈 셰어를 하는 다영(가명·22)씨도 이 문제를 토로했다. 다영씨는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 전기와 수도를 적게 사용하는데도 관리비는 반반씩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영씨는 “셰어 메이트의 필요로 전기와 수도가 사용되는 것이니 내가 손해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홈 셰어를 경험한 이들은 홈 셰어가 생각만큼 경제적‧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도 “하나의 대안일 뿐 정답은 아니니 섣불리 홈 셰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지민씨와 선경씨, 다영씨는 “홈 셰어에 많은 기대를 걸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홈 셰어를 ‘작은 사회’라 표현하며 “나와 상대가 아무리 잘 맞는다고 해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서로 살아온 배경과 가치관,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논의와 이해, 배려로 서로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권박미숙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 복지팀 주거권 운동 담당 활동가는 “우리나라에서 홈 셰어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이 때문에 갈등 상황에 대한 대비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려고 생각하지 마라. 갈등은 새로운 홈 셰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홈 셰어 문화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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