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포 연극 9년째 올린 오승수 연출가
“공포 연극이 전해주는 카타르시스 큰 매력”

 

오승수(41) 연출가는 2006년 연극 ‘죽었다, 그녀가’를 시작으로 9년째 대학로 무대에 공포 연극을 올리고 있다. 25일 그의 대표작 ‘오래된 아이’의 번외편인 ‘오래된 아이2 혼자하는 합주’ 공연장인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공연은 6일까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오승수(41) 연출가는 2006년 연극 ‘죽었다, 그녀가’를 시작으로 9년째 대학로 무대에 공포 연극을 올리고 있다. 25일 그의 대표작 ‘오래된 아이’의 번외편인 ‘오래된 아이2 혼자하는 합주’ 공연장인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공연은 6일까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포기하지 않으면 뭐가 되든 되더라고요.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연극 ‘죽었다, 그녀가’를 시작으로 9년째 대학로 무대에 공포 연극을 올려온 오승수(41) 연출가는 “여력이 될 때까지 하고 싶다”며 공포 연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오 연출가는 공포 연극을 시작할 당시 “한밤중에 공연한다고 해서 누가 보러 오겠냐”며 말리던 지인들의 우려에도 뚝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사람들이 공포 연극을 폄하했을 때 한 말이 있어요. ‘매년 무대에 올려서 대학로에 공포 장르를 뿌리 내리게 할거야’라고. 영화에도 공포와 스릴러가 있는데 연극이라고 하지 말란 법이 있나 하는 오기가 들더라고요. 분명 저처럼 공포 연극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보러 올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9년이 지난 올해에만 공포 연극이 10여 작품 올라갔다. 깜깜한 밤에 등골이 오싹한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 연출가는 “이제 내가 하지 않아도 공포 연극은 해마다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 외롭지는 않은데 경쟁이 너무 심해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년이면 공포 연극 인생 10주년을 맞는 그는 “힘들지만 내뱉은 말을 지킬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사비를 털어 매번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동안 무수히 많은 고난이 있으리라 짐작됐다. 하지만 그는 “힘든 것 따지면 되게 많다. 다들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 연출가는 본인 스스로 겁이 많다고 했다. 무대를 돌아다니면서도 종종 특수 분장한 배우들을 보며 비명을 지른다고. “놀이동산에서 무서운 거 타고나면 느껴지는 짜릿함이 있잖아요. 같이 비명 지르고 열광할 때 생기는 카타르시스랄까요. 공포의 매력인 것 같아요.”

 

오승수(41) 연출가는 2006년 연극 ‘죽었다, 그녀가’를 시작으로 9년째 대학로 무대에 공포 연극을 올리고 있다. 25일 그의 대표작 ‘오래된 아이’의 번외편인 ‘오래된 아이2 혼자하는 합주’ 공연장인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공연은 6일까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오승수(41) 연출가는 2006년 연극 ‘죽었다, 그녀가’를 시작으로 9년째 대학로 무대에 공포 연극을 올리고 있다. 25일 그의 대표작 ‘오래된 아이’의 번외편인 ‘오래된 아이2 혼자하는 합주’ 공연장인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공연은 6일까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에게는 공포 연극은 연장과 앙코르 공연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대표작 ‘오래된 아이’만은 예외다. 총 4번(2007년, 2009년, 2011년, 2012년)의 여름 시즌 동안 300회 넘는 공연 좌석 점유율이 100%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오래된 아이만은 승부수를 던져보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제일 좋아하시고, 저도 고민하면서 대본을 썼기 때문에 애착이 많이 가요.” 전편이 딸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극인데 반해 번외편은 아버지의 복수극이다. 엄마, 아빠 버전을 매일 번갈아가며 동시에 무대에 올리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 서로 다른 성별의 배우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10년 가까이 한 길을 걷는 동안 오 연출가에게는 고마운 이들이 많다. 번외편 대본을 집필한 마루컴퍼니 이주용 대표는 그가 처음 공포 연극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다. 날카로운 지적을 아끼지 않는 고희를 넘긴 어머니 또한 큰 힘이 된다. 2006년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그의 작품을 보고 신랄한 비판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름 모를 어느 팬도 잊을 수 없다.  

나이 열넷에 연극에 꽂혀 홀로 대학로를 기웃거리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전설의 고향’을 즐겨 보던 젊은 여성 연출가는 1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저도 분발할 수 있게 양질의 작품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또 연극 안에만 있지 않고 영화로 발전하고 싶어요. 첫 시작 역시 공포물이 아닐까요? 다시 내년 찍고 10년 또 버텨봐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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