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슈테판 볼만의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

 

왼쪽부터 수전손택, 안나 폴릿콥스카야, 시몬 드 보부아르, 오리아나 팔라치의 생전 모습 ⓒ출판사 이봄
왼쪽부터 수전손택, 안나 폴릿콥스카야, 시몬 드 보부아르, 오리아나 팔라치의 생전 모습 ⓒ출판사 이봄

여성참정권이 처음 보장된 게 121년 전 뉴질랜드에서다. 미국과 유럽은 반세기가 지나서야 여성을 사회정치 구성원으로 보았다. 어느 시대건 여성의 삶이 녹록지 않았던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주어진 삶을 그저 감내만 하면서 살지 않은 여성들이 있다.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삶 대신 역동적이고 자기 주도적 삶을 선택한 이들이다. 특히 막 여성으로서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한 이들이라면 여성 22인의 삶을 담은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에 소개된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위로는 물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작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를 쓴 작가 슈테판 볼만이 국적, 직업, 스타일, 삶의 방향이 다른 여성 22명의 삶을 묶어 낸 것이다. 서문에 나온 표현대로 이 책은 남성들 입장에선 ‘전투적’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저마다의 용기와 도전이 여성들에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그들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들이 더 많은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녀들은 수전 손택, 아룬다티 로이, 마르잔 사트라피, 아웅산 수치, 앙겔라 메르켈, 마거릿 대처, 시몬드 보부아르,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제인 구달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 정치가, 학자는 물론 안나 폴릿콥스카야, 오리아나 팔라치 같은 기자,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알리체 슈바르처 등 여성운동사에 길이 남는 이들이다. 

이 책은 ‘반항하다’ ‘힘을 갖다’ ‘나를 쓰다’ ‘여자라서 가능하다’ 등 총 4장으로 이뤄져 기존 개별 심리에 천착한 여성 관련 서적들과 달리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여성의 위치와 역할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또 모두 다른 시대, 다른 국가에서 저마다 개성 강한 스타일이지만 주어진 환경을 넘어서는 삶을 선택했다. 물론 이들의 의미 있는 순간을 포착한 50여 컷의 사진 속에 담긴 그녀들의 도전적인 눈빛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책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 슈테판 폴만 지음, 김세나 옮김
책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 슈테판 폴만 지음, 김세나 옮김 ⓒ출판사 이봄

이들은 언제나 당당했다. 이 책에서 가장 젊은 여성인 마르잔 사트라피(1969~)는 애니메이션 작품 ‘페르세폴리스’를 통해 조국인 이란에 대한 오해와 억눌린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절대 ‘그건 정상이야’라고 말하지 말라.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깨침으로 날마다 깨어나라”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장관직까지 오른 시몬 베유는 죽음에 몰린 여성들의 낙태 합법화, 피임의 자기 결정권을 포함한 베유법을 통과시킨 뒤 “낙태는 언제나 비극이며 앞으로도 늘 비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말한 것.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는 마녀로 몰리면서도 “나는 언제나 내 생각에 충실히 따를 뿐이다. 나는 절대로 사람들이 원하는 내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고 자리에 오른 여성 정치인인 인디라 간디, 마거릿 대처, 앙겔라 메르켈, 아웅산 수치는 여성이란 정치적 열세에도 정치력을 증명해내며 최고 자리까지 오른 경우다. 같은 당 남성들에게조차 과소 평가받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해외에서의 편안한 삶을 버리고 조국을 선택한 아웅산 수치 태국 민족민주동맹(NLD) 당수, 소시민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정치를 시작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모두 정치적 환경은 다르지만 한 국가의 역사를 가르는 인물이다. 남성이 다수인 정치 영역에서 전면적으로 여성성을 내세우지 않는 대신 여성이 가진 특징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정치력을 평가받았다.

이 책의 저자는 먼저 태어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의 삶’에 대한 기존 생각을 바꾸라고 제안한다. 저자 슈테판 볼만은 “오늘날까지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조건을 만들고 선택하려 들 때마다 구조적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문제를 놓고 이렇게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삶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더 많이 생각하고 무한대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보라는 주문이다. 책 제목 ‘생각하는 여성은 위험하다’는 역설적이게도 저자가 여성들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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