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리더십'을 키워드로 공동의 목표 추구
20여 년의 연구생활 후 관료 진출
의료정책과 교육 개혁에 주력해

 

라트비아의 라임도타 스트라우유마 총리 ⓒThe Latvian Institute
라트비아의 라임도타 스트라우유마 총리 ⓒThe Latvian Institute

며칠 전 우리나라의 자전거 평화원정대가 발틱 국가 중 하나인 라트비아에 도착했을 때 케이팝 팬들을 비롯해 많은 라트비아인들이 이들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다. 이 나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라임도타 스트라우유마(63) 역시 이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인구 200만 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 정도인 이 멀고 먼 발틱 국가의 총리인 라임도타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수학자이자 경제학자로서 정당에 적을 두지 않고 평생 관료로 지내다가 올해 초에 총리에 임명됐다. 전 총리가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삼풍백화점처럼 쇼핑센터 지붕이 붕괴돼 54명이 사망한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기 때문이다.

라트비아는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접해 있는 국가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와의 사이에 강이나 바다, 산과 같은 천연적인 국경이 없고 역사적으로 외적의 침공을 많이 받아 접경한 국가들을 친러적인 국가로 만들려는 정책을 전통적으로 취해 왔으며, 항상 발틱 국가들을 자신의 세력권하에 두고자 시도해왔다. 한편 러시아어와는 다른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라트비아는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러시아에서 독립을 선언했으나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1941년 독일의 침략과 점령의 대상이 됐고, 1944년에는 소련에 강제 합병을 당해야 했다. 소련 치하에서도 발틱 국가들의 민족주의 운동은 스탈린 가요 페스티벌에서 밤새워 노래하며 데모하는 ‘노래하는 혁명(singing revolution)’으로 나타났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라트비아는 1991년 8월 21일 다시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신생국 라트비아는 2008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를 받았지만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구조조정을 거친 후 현재 가장 빠르게 회복, 성장 중이기도 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유로존의 18번째 회원국이 됐으며, 유로화가 공식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숙제가 산적한 신생국 라트비아에서는 여성 행정수반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재임한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은 독립 이후 23년의 역사에서 최고의 대통령으로 칭송받고 있다.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석했다고 한다. 라트비아 주립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그는 총리가 된 직후 고등학교에 물리학과 화학 시험을 필수로 치르게 하는 정책을 도입해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농업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스트라우유마는 대학원에서 농업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1992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경제학 연구소에서 농업 및 경제계획 관련 경제학-수학적 방법에 대한 연구를 20년 남짓 계속했다. 1991년에서 1993년까지는 라트비아 컴퓨터 센터의 수석연구원으로 IT를 사용한 경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20년의 연구생활을 청산하고 관료로 진출하게 된다. 그녀의 키워드는 만남과 리더십이다. 1993년에서 1997년 사이에 라트비아 농업자문 및 훈련센터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후에 농림부 장관(1999~2005), 지역개발 및 지방자치 장관(2006~2007), 재정부 장관(2006)이 되고 현역 법무부 장관(2010~2014)인 아이가스 스토켄버그(51)와 공동 프로젝트로 일하게 된다. 스토켄버그는 그녀가 활력이 넘치고 리더십 있는 여성임을 인정했고, 1999년 농림부 장관이 되면서 스트라우유마를 농림부 정무차관으로 임명했다.

사람들은 그를 ‘에너지 넘치고 평화로우며 주위 사람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는 농림부 정무장관을 지내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스토켄버그의 뒤를 이어 지역개발 및 지방자치 정무장관으로 일했다. 2010년과 2011년 사이에는 환경보호 및 지역개발 정무차관을 지냈으며 2011년부터 농림부 장관으로 일하다가 총리에 임명된 것이다.

스트라우유마의 리더십의 특징은 전문가형이고, 지혜로우며, 감정을 통제할 줄 안다는 것이다. 언제나 침착하고 평정을 잃지 않으며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조정할 수 있어 전문직 리더들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통일당, 우파 민족동맹 중도우파 개혁당 및 녹색당과 농부의 중도 연합의 4개 정당의 지원을 받고 있어 이들 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수다. 또한 라트비아에 전통적으로 유력한 3대 귀족집안 사이의 평화와 대화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서 모든 정당이 수락할 수 있는 유일한 리더가 스트라우유마였다. 또한 대통령은 농촌을 이해하고, 정보기술에 익숙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총리감으로 찾고 있었고 스트라우유마가 적격이었다.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유럽의 다른 지도자들과 협상을 통해 자국 농민들을 위해 최상의 조건을 획득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여 감명을 주었으며 종종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비교되기도 한다. 의료정책과 교육개혁에 주력하고 있으며, 논란도 많지만 스트라우유마 총리의 지지도는 현재 63%이고 22%는 긍정적이며 반대는 15% 정도다.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 등에서 전통적인 세력 확장 정치를 펴면서 라트비아에 위협을 주고 있는 가운데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이제 막 탄생한 신생국 라트비아가 주권을 지키며 독립국가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IT와 과학기술을 통한 지식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트라우유마 총리로 인해 라트비아의 젊은 여성들은 정치나 과학기술이 남성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자기도 해낼 수 있는 분야라는 꿈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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