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단식농성 중인 문재인 의원과 피켓시위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8월 27일 단식농성 중인 문재인 의원과 피켓시위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감사와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한 채 1년 만에 다시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여·야, 세월호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제안을 새누리당이 거부하자 거리의 정치에 나선 것이다.

조를 나눠 청와대로, 광화문으로 나가 거리투쟁을 전개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생활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하고 약속한 것이 불과 20여 일밖에 안 됐는데 또다시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의 이런 의회민주주의 포기 행보에 대한 민심은 아주 싸늘하다. 한국리서치(8월 22~23일)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새정치연합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조차 그 비율이 달랑 6.5%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왜 장외투쟁에 돌입했을까? 박영선 원내대표가 유가족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두 차례나 여당과 합의안을 만들어냈다가 의총에서 공격을 받자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외투쟁을 한다는 시각이 있다. 또 다른 시각은 친노 강경파가 박영선 체제를 흔들어 장기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노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 의원은 의총에도 참석하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서 물난리가 났는데도 가지 않고 그 대신 노무현재단 영화제에는 참석했다. 오는 30일 봉화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음악회에도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이 왜 정치를 하고 누구를 대표하는지 분명해졌다. 오직 고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정치에 매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의원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좋지만 오직 ‘노무현의 아바타’로 행동하면 어떻게 계층·지역·세대를 넘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문 의원은 지난 5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강하게 비판하는 특별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가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제 문 의원에게 묻는다. “국회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최근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8월 19~21일)에서 문 의원은 14%로 박원순 서울시장(1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만약 문 의원이 이런 조사 결과에 힘입어 자신만이 야당다운 야당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오만이고 착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22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8월 22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을 하면서 “저희가 믿을 분은 대통령님밖에 없습니다. 저희 얘기 좀 들어주십시오”라며 절규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은 국회의 일인 만큼 대통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며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 면담은 거부한 채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하고 융·복합 뮤지컬 ‘One Day’를 관람했다. 아무리 민생과 문화를 챙기는 일이 중요하더라도 이 얼마나 야박하고 매정한 일인가? 오죽하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면담을 거부하는 박 대통령에 대해 “가히 불통의 여왕답다”고 비판했겠는가.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 대표단과 면담하면서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5월 19일에는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 최종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의 이런 말들을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왜 대통령의 행동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나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했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완만하게 상승하는 반면, 야당의 지지도가 곤두박질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 것이라면 이 또한 착각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잘못된 자신감을 갖기보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 박 대통령은 눈물의 5·19 대국민 담화 정신으로 돌아가 온몸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보듬고 위로해야 한다. 그래야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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