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할당제? 이제는 동수 민주주의 해야”
여성 의원에 책임 요구… 안팎으로 모니터링 필요

 

우리 입법부의 여성 비율은 2013년 세계 109위다.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의 16.3%에 불과하다. ⓒ일러스트 이태용
우리 입법부의 여성 비율은 2013년 세계 109위다.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의 16.3%에 불과하다. ⓒ일러스트 이태용

우리나라 국회 여성 의원 비율은 유엔이 최소 기준으로 정한 여성 의원 비율 30%의 반을 간신히 넘긴 16.3%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최소한의 기준도 못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월 2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포럼과 한국여성재단이 개최한 ‘입법부의 성별 다양성 현황’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프랑스의 남녀동수법 제정 과정을 설명하며 이제는 30% 할당제를 넘어서 남녀 50 대 50으로 구성되는 동수 민주주의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실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국제의원연맹(IPU)이 발표한 통계에서 한국 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2013년 4월 기준 189개국 중 88위다. 동순위 국가를 합하면 실제로 109위다. 전체 의원 중 여성 의원 비율은 16.3%(49명), 남성 의원이 251명이다. 2014년 8월 28일 기준 여성 보좌진은 총 528명으로 전체(2062명)의 25.6%이다. 

국회법 44조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이 70% 이상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여성 의원의 절대수가 부족하니 특별위원회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매년 가장 첨예하게 예산이 논의되는 예산결산특위, 특히 막판 논의가 이뤄지는 계수조정소위엔 지금까지 여성 의원이 제대로 참여한 적이 없다. 

성희롱 방지 교육은 있으나 성평등 국회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성인지 교육’은 부재하다. 법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성인지 정도를 알 수 없으니 성평등한 법인지 또한 장담할 수 없다.

법안을 만들 때부터 성평등 관점에서 치열한 논쟁이 없었다. 당연한 결과로 국회 자체의 성별 다양성에 대한 의제도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기 힘든 현실이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김 원장은 그런 점에서 ‘논쟁’이 꼭 필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1982년 프랑스에서 여성할당제가 ‘위헌’ 판결을 받은 뒤 할당제에 대한 열띤 사회적 논의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남녀동수법이 제정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는 “우리가 남녀 불평등과 관련 문제를 갖고 치열하게 논쟁한 적이 있나? 없다. 그래서 의회 내 논의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정당이 가진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박인혜 전 새정치민주연합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당헌으로 여성 후보자를 30% 추천하기로 했음에도 대부분 숫자를 채우지 못하는 데서 여성 대표성을 질적으로 확대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의회에 진입한 여성 의원들의 재선율이 높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데는 당권 자체가 남성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소장은 “여성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 보존에 급급하다. 당내에 여성들이 세력화하고 정치적으로 위치를 높일 사다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성평등 국회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당과 국회의 성별다양성을 국제기준에 맞추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IPU가 지난 2012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인지 의회 행동계획’을 실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행동계획은 의원들의 성평등한 대표성, 의정활동, 지원조직의 성평등 조치 등 7개 행동영역을 통해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한다. 대상은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보좌진, 입법 공무원을 포함한다. 

여성의 수적 확장을 넘어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여성의원들이 여성의식을 갖고 여성의 몫에 대한 각별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남녀동수 문제는 현실적으로도 당연히 가능하거니와 철학의 문제가 있다”며 “단순히 30%에서 50%로 늘리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어떤 집단으로 바라보느냐에서 시작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안팎으로 꾸준히 모니터링은 물론 ‘국회’ 안에서부터 성평등 국가를 향한 패러다임의 전환 작업이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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