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선 6기로 재선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대학생 멘토링·워킹맘 공동체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22일 여성신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22일 여성신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상당히 꼼꼼한 사람이었다. 키가 크면 싱겁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 서대문구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문석진(59·새정치민주연합) 서대문구청장은 회계사 출신답게 꼼꼼한 일 처리, 세심한 정책으로 31만여 명이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재선 구청장이다. “앞으로 누가 구청장을 하든 민간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는 구를 만들고 싶다”는 문 구청장의 ‘서대문구’에서 돌봄과 성장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8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대문구청장실에서 만난 문석진 구청장은 ‘키다리 아저씨’란 별명답게 180㎝ 큰 키였다. 마른 듯 큰 키에 넉넉한 웃음을 가진 그가 재선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돌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지난 2011년 1호 가정을 시작으로 그해 100호, 2012년 150호, 2013년 200호 등 올해 말까지 250호 가정에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각 동마다 복지통장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이 없는지 살펴보고 지역 주민들과 공동체 의식을 나누는, 그야말로 상향식 돌봄사업이다.

여성들이 주축이 된 마을 공동체 사업들도 구를 하나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구는 주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교육하는 ‘북마마 모임’, 초보 엄마들이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행복한 육아모임’, 워킹맘들의 ‘슈퍼우먼의 컴백’ 등 여성들이 주축이 된 다양한 공동체를 지원했다.

주택가가 많은 지역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여성 대상 성범죄를 미연에 막기 위해 ㈔탁틴내일과 홍제1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탁트인 홍반장 마을만들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독 서대문구 내 마을 사업들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건 구청 내 주요 부서인 총무과와 자치행정과 과장 모두 여성이란 이유도 있다. 5급 이상 과장 총 63명 중 10명이 현재 여성이다. 문 구청장 스스로도 지난 민선 5기 때 여성 과장을 국장으로 승진시켰던 점을 뿌듯하게 여겼다.

문 구청장은 지역적 특징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구는 산이 5개, 대학이 9개”라고 표현한 것처럼 지역 발전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는 특성을 최대한 장점으로 만들었다. 연세대, 이화여대, 명지대, 감신대, 서울간호대, 서울예술전문대학 등 9개 대학이 구 구석구석에 자리잡아 이곳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지역 내 청소년들과의 ‘멘토링’ 사업을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특목고를 제외한 인문계 평균 점수가 전국 27위(지난해 17위)로, 강북에서 평균 점수로는 서대문구가 1위다.

 

문 구청장은 대학생 멘토링을 통해 서대문구 인문계고 평균 성적은 강북 1위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 구청장은 대학생 멘토링을 통해 서대문구 인문계고 평균 성적은 강북 1위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잘하고 못하고 다 합쳐서 따지면 서대문구가 강북에선 1등입니다. 서울대를 많이 들어가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잘하고 못하고의 편차, 즉 평균점수가 높습니다.”

서울대에 많이 보내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뒤처진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자신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지난 4월 개관한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은 대학생들에겐 보증금 100만원, 월 임대료 5만원으로 저렴한 집세 혜택을 주는 대신 지역 초·중·고생들을 위한 재능 기부를 하도록 제안했다. 대학생에겐 저렴하면서 깨끗한 방을 제공하고, 지역 아이들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배울 수 있는 윈윈 프로그램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개천에서 용 나지 못하는 사회가 돼 버렸다. 부가 세습되고 가난 또한 대물림되고 있는데 교육만은 공정 경쟁이 이뤄져야 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제동에는 9월부터는 대학생 연합 기숙사가 개관한다. 교육부, 국토교통부,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서대문구가 공동 추진한 이 기숙사는 516명의 대학생을 위한 거주공간을 넘어 지역 초·중·고생들을 위한 재능 기부 멘토링 프로그램이 바탕이 됐다. 서대문구의 돌봄·교육 공동체 사업이 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확대된 사업이다.

구민들에겐 ‘키다리 아저씨’인데 집에선 어떤 아빠냐고 묻자 “아들과 딸이 있는데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한다”며 “완전 이중인격자?”라고 반문했다. 여러 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가족의 지원과 희생이 뒤따랐다. 가족의 희생으로 재선이 된 만큼 민선 6기는 정책에 가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아현동 가구거리, 신촌 로터리, 서대문 사거리, 홍제 지하철역 등 4대 역세권 개발 첫걸음으로 아현과 홍제 고가도로를 철거, 올해 중 서대문 고가도로를 철거해 개발 욕구를 독려할 방침이다. 가족 얘기 땐 ‘부족한 사람’이라며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서대문구 정책을 설명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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