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실라’ ‘헤드윅’ 연극 ‘프라이드’ 등 성소수자 다룬 작품 잇달아
사회의식 변화나 문화적 현상이라기보단 하나의 트렌드…
“스타 마케팅과 라이선스 작품이 가진 콘텐츠의 힘이 흥행의 주된 요소”

 

배우 이지훈이 지난 7월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실라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배우 이지훈이 지난 7월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실라'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트랜스젠더나 남성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공연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식 변화를 반영한 문화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스타 마케팅과 라이선스 작품의 콘텐츠 힘을 앞세운 잇단 흥행에 따른 하나의 트렌드라는 분석이다. 공연 시장의 주 관객층인 여성에게 유명 남성 배우들의 여장 연기가 감각적으로 어필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개막 전부터 파격적 소재와 화려한 의상으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프리실라’는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진다. 동명의 호주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성소수자들의 사랑과 우정, 부성애 등을 다룬다. 뮤지컬에는 각각의 사연을 갖고 있는 트랜스젠더 1명과 게이 2명이 등장한다. 총 3명의 드래그퀸(여장을 즐기는 남성 동성애자 또는 여장남자)이 버스 ‘프리실라’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조성하(버나뎃 역), 마이클 리(틱 역), 조권(아담 역)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헤드윅.
뮤지컬 '헤드윅'. ⓒ쇼노트

올해로 국내 공연 10주년을 맞은 인기 뮤지컬 ‘헤드윅’ 역시 게이를 다룬다.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이 남편 이츠학과 록 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콘서트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배우 조승우, 박건형, 송창의, 오만석, 조정석 등이 ‘헤드윅’을 통해 뮤지컬 스타로 거듭났다. 9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쓰릴미.
뮤지컬 '쓰릴미'.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8일 재공연에 들어간 2인 뮤지컬 ‘쓰릴미’도 동성애를 소재로 한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유괴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남성 2인극의 효시로 통한다. 국내에는 지난 2007년 첫선을 보였다. 배우 정동화와 신성민, 에녹 등이 출연하며 오는 10월 26일까지 공연한다.  

 

연극 프라이드.
연극 '프라이드'. ⓒ연극열전
 

지난 8월 16일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2관에서 막을 올린 연극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4년을 넘나들며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제목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행진인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따왔다.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린 그룹 ‘클릭비’ 출신 가수 오종혁이 ‘올리버 역’으로 연극 첫 무대에 도전한다.  

 

뮤지컬 킹키부츠.
뮤지컬 '킹키부츠'. ⓒCJ E&M

올 연말에도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은 계속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11월엔 드래그퀸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킹키 부츠’가 막을 올린다. 파산 위기에 놓인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퀸 로라를 만난 후 성소수자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을 위한 부츠인 ‘킹키 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게이 부모가 등장하는 ‘라카지’도 12월 재공연 된다. 2012년 7월 한국 초연 후 두 번째 무대다. 클럽을 운영하는 중년 게이 부부의 아들이 극우파 보수 정치인의 딸과 결혼을 선언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뮤지컬 라카지.
뮤지컬 '라카지'. ⓒ악어컴퍼니
 

뮤지컬 전문가인 이유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집행위원장은 “성소수자 소재의 작품이 최근 많이 제작되는 이유는 사회의식의 변화나 어떤 문화적 현상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하나의 트렌드라고 본다”며 “대표적 작품인 ‘헤드윅’을 비롯해 ‘프리실라’ ‘라카지’ 같은 작품은 소재나 특성보다는 스타 캐스팅과, 라이선스 작품이 가진 콘텐츠의 가치를 잘 마케팅한 점이 흥행에 주요하게 작용했고, 이러한 작품들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제작자들이 적극적으로 유치하게 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동성애 중에서도 특히 남자들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주를 이루는 것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주관객인 여성들에게 감각적으로 어필하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뮤지컬 선진시장에서조차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작품은 거의 없다. 여성의 동성애는 남성보다 훨씬 닫혀 있고 터부시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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