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단 한번일지도’ 교황 보러 모인 사람들
유모차 탄 아기부터 90대 노인까지 인산인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직접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신도들과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직접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신도들과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이정실 여성시문 사진기자

16일 오전 9시 10분 경, 서울 덕수궁 앞 도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무개차에 오르자 시민들의 환호성이 곳곳에 울려 퍼졌다. “비바, 파파(교황 만세)” “교황님 사진찍었다!”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 시복 미사가 있던 이날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은 교황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엄마부터 90살이 넘은 어르신, 외국인까지 연령과 국적을 초월한 모습들이었다. 교황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때로는 차를 멈추고 아이들을 안아 올려 입을 맞추면서 시민들과 만났다.

미사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 인근에선 미사 참석을 위한 초청장을 받지 못한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묵주기도를 들거나 미사포를 쓴 채 교황을 기다리는 신도들의 표정은 감격에 겨워보였다. 평화방송 PBC 라디오를 듣고 있던 한 시민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현장에 나오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15일이 ‘성모승천대축일’이어서 ‘성모송’을 읊는 신자도 많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하성모세 성당에서 온 홍모임(81·세례명 안나)씨는 “25년 전 교황님이 방한했을 때에는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못 갔는데 이제라도 이렇게 교황님을 보러 올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이번에 교황님을 본 뜬 미니어처 석고상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서구 등촌1동 성당을 다닌다고 밝힌 40대 주부 김미래(세례명 세라피나)씨는 “아무래도 세월호 사고로 대한민국이 침체되어 있는 만큼 교황님 방한이 주는 힘이 큰 것 같다”며 “핸드폰으로 찍은 교황님 사진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가슴 속에 교황님의 따뜻한 마음이 동화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4살짜리 아들과 남편과 함께 광화문을 찾은 송주연(35)씨는 아이가 어려 새벽부터 나와야하는 미사에 신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교황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송 씨는 “교황님이 오셔서 세월호 관련해 많이 말씀해 주셨는데, 특별법 같은 사안들이 교황님 말씀대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차량 퍼레이드를 하며 신자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차량 퍼레이드를 하며 신자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사가 끝난 후 두 시간 여가 지난 오후 2시쯤 교황이 미사를 집전한 제대 앞은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남아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박세실리아(박영신·72)씨는 “직접 교황님이 한국에 오신 것을 보니 너무 영광스럽고 우리나라가 축복받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지금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데 우리 국민들이 마음이 하나가 돼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가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이야기했다.

성당에서 단체로 참여한 이영주(32)씨는 “흔히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까 참여하게 돼서 기쁘고 좋았다. 워낙 종교를 초월해 존경받는 분이시기 때문에 눈으로 직접 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며 “어렵고 힘든 분들이 많으신데 그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많이 남기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양천성당에서 온 이엘리사벳(61)씨는 “교황님 모시고 미사 함께 할 수 있다는게 일생일대의 큰 축복”이라며 “바티칸에 직접 가면 모를까 어떻게 또 이런 기회를 경험하겠냐”고 감격해 했다. 이 씨는 “교황님이 이미 한국을 위해 기도하고 오셨고 여기서도 계속 세월호라던지 기도하시면서 말씀을 하신다”며 “우린 그냥 하느님 뜻에, 교황님 기도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를 반영하듯 기념품 판매대를 구경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가톨릭 출판사에서 설치한 ‘교황 방한 공식 기념품 판매’ 판매대 위에는 묵주, 십자가 등 각종 기념품이 즐비했다. 가톨릭 출판사 관계자는 “어젯밤 오후 11시부터 부스를 차렸다”면서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라는 교황의 삶을 다룬 책과 티셔츠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