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사건과 28사단 소속 관심사병 2명이 휴가를 나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2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사고부대에서 장병들이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일병 사망사건과 28사단 소속 관심사병 2명이 휴가를 나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2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사고부대에서 장병들이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동성애자인권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모인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14일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들에게도 안전한 군대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동반자살한 28사단 병사들에 대해 "'자살충동과 정체성 혼란'으로 병영생활을 힘들어하던 28사단 이모 상병이 스물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며 "부대에서 우울증세로 힘들어하던 동료병사와 함께 동반자살을 선택했다는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고 이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네트워크는 "이 문제를 '관심병사' 관리문제로만 협소하게 바라봐선 안된다"며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고 상담과 치료의 질보다 관심병사 지정과 같은 형식적인 절차에만 매달렸던 것은 아닌지"라며 비판했다. 

네트워크는 제2의 이 상병을 만들지 않기 위해 관심병사 지정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휘관들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고민하는 병사의 고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부대관리훈령의 '동성애자 병사 복무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개선될 사항은 없는지 그 실태를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3년 실시된 한국 LGBTI 커뮤니티 욕구조사에 의하면 군대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비우호적인 곳이라고 조사되기도 했다"며 "이 상병이 다이어리에 남긴 문구처럼 "견디기 힘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성소수자 병사들이 군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고 '관심병사'로 지정되어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을 지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소수자 병사들이 인권침해에 노출되지 않고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재발방지 대책마련에 힘을 써야 한다"며 "인간 존엄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군대는 또 다른 윤 일병, 또 다른 이 상병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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