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논란으로 정치력 부재 드러나
여당, 통 큰 리더십 보여줘야 할 때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가 합의안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세월호 유가족들도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재협상의 핵심은 야당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한 만큼 특별검사 추천권만은 사실상 야당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은 “재협상은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여하튼 ‘세월호 특별법 무산으로 여야 간 강경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회는 마비되고 국정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여당과 합의를 이끌어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빠졌다. 리더십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과연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염려스럽다. 일부에서는 당내 강경파들의 행태를 박영선 체제를 흔들어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술책으로 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박영선 원내 대표의 미숙하고 독단적인 리더십이 몰고 온 정치력 부재가 핵심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평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독단적이고 독선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권력을 잡고 나서 보인 행태는 박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하튼 야당의 합의안 뒤집기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 합의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를 뒤집어버린다면 어떻게 신뢰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훼손하고 정치를 파기하는 행위”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급해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다른 민생법안 처리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 야당의 참패로 끝난 지난 7·30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도 이런 주문과 일치한다. 그 밖에 당내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들은 차기 당권 경쟁을 의식해 선동 정치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정동영 전 의원은 “세월호법은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할 성과가 아니라 쟁취해야 할 시대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의원은 “여야 합의보다 중요한 건 유족들의 동의다. 유족들이 반대하는 특별법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러 발언들은 골수 야당 지지자의 마음을 격동케 하는 데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고 (여당의) 발목을 잡을 힘도 없다. 물러설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야 대치 정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당은 세월호 협상이 아니라 국회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야당은 과도기적인 지도체제이기 때문에 여당이 통 큰 리더십으로 협상 파트너인 야당에 명분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 세월호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에 양보하더라도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에 나서는 것이 실리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경제 활성화 법안 19개를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조속한 국회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마도 “지금 실기(失期)하면 경제 회복이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국회 정상화가 필수다. 박 대통령은 “정치는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라는 발언을 했다. 감정이 섞인 대통령의 이런 정치 비판 발언은 꼬인 정국을 푸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이번에는 여당이 양보합시다”라면서 여당 지도부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에서는 힘 있는 사람이 양보하는 것이지 힘없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것은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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