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합의로 리더십 논란… 더 바빠진 발길
당 주요 인사 공개 외면에 사면초가
새누리당은 재협상 거부하며 ‘나 몰라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 ⓒ뉴시스·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 ⓒ뉴시스·여성신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새누리당과 세월호 특별법 합의로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최근 당내 인사들을 일일이 만나며 소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판은 지난 7일 박 위원장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합의에 쟁점이 됐던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기소권 포함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진상조사위 구성에 유가족 추천 몫을 한 명 늘렸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반발했다. 줄곧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기소권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청문회 증인 채택을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 하려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유가족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사전에 소통하지 않은 부분은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뒤늦게 국회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을 찾았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응대였다. 이 자리에서 한 유가족은 “지금 하시는 거 보니까 희망이 없다. 공감을 해야 하는데, 공감은커녕 대화도 안 되고 설득하려고만 하잖나”라고 언성을 높였다. 박 원내대표가 여당이 과반을 넘긴 상황에선 진상조사위 구성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유가족들은 유가족 추천 인원이 100명이라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당 위기에 '독배'든 잔다르크

당 주요 인사들의 공개 비판이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족들이 (협상안) 거기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유가족 뜻이 최우선임을 강조했고,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분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들 모두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으로 사퇴, 손학규 상임고문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자 대안 세력으로 지목됐던 이들이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선 참석 의원 대다수가 재협상을 요구했다. 참석한 70여 명의 의원 중 30명이 재협상을 요구, 나머지는 불편한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위원장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4시간30분이었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7·30 재·보궐 선거를 11대 4로 대패한 뒤 지도부가 모두 사퇴한 당이었다. 사퇴한 지도부가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낼 만큼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자리였지만 비대위원장직을 눈물로 수락했다. 당시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 95%가 박수로 박 비대위원장을 추대했다. "다들 (독배를) 마시라고 하니 마시겠다"고 말했다던 측근들의 말처럼 잔다르크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을 수차례 하고도 세월호법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다. 시간만 보낸다는 비판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수사·기소권 포함 절대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박 위원장에게 세월호 협상은 정치적 승부수였다. 비법조인 출신이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오래 활동한 만큼 새누리당이 검찰의 고유 권한이라며 절대 불가를 외치는 수사·기소권은 협상에서 일보 후퇴, 대신 전략적인 다른 방법들을 강구했다.

만장일치로 추대된 리더십… 소통과 혁신할때

새누리당은 호기를 잡았다. 새정치의 재협상 요구도 일축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합의 파기’ 비난과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경제활성화 법안 등 민생법안 처리 지연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박 원내대표와의 예정된 회동을 거부하며 13일 의원총회 후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알려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여야 원내대표가 노력해서 만든 공을 야당이 갈기갈기 찢어서 휴지통에 버린 격”이라고 재협상 요구를 일축했다. 대신 민생을 강조하며 호남에서 당선돼 돌아온 이정현 최고위원을 김무성 대표가 업어주고, 14일엔 전남 광양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 그 사이 13일 처리를 합의한 특별법은 처리도, 재협상도 되지 못한 채 장기표류하고 있다.

이 무렵 새정치 내에서 박 위원장의 리더십을 지켜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흔들린 리더십’ ‘무능 야당’ 등 비난만 가중되고 새정치에 대한 실망만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황주홍 의원은 11일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초선일지’를 통해 “이제 와서 재협상하자며 판을 깬다고 여당이 들어줄리도 없을 것이다. 공연히 국민들 눈에 보이는 우리 모양새만 또 한 번 엄청 구겨져버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박영선 위원장은 당초 투쟁정당 이미지를 벗고, 낡은 과거와 결별하겠다고 제시하며 국민적 공감을 천명했다. 또 우리가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며 “박 위원장이 초지일관 확고한 리더십을 갖길 바란다. 동시에 의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내부 동의, 컨센서스를 구축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위기때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한나라당을 뼛속 깊이 바꾸겠다"고 말했다. 당도 일심으로 도운 결과 선거에서 승리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당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며 리더십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스스로 원내대표 선거 때 '새로운 당'을 강조한 만큼 지금이야 말로 박영선식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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