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추진… 유가족 수사·기소권 포함 요구
의총서 다수 의원들, 재협상 요구하며 리더십 비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공감혁신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공감혁신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둘러싸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모두 사퇴한 마당에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란 직함으로 사실상 당 리더인 박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의견 수렴 부족과 쟁점이 빠진 협상안으로 당내에서조차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발단은 지난 7일 박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합의에 쟁점이 됐던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기소권 포함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진상조사위 구성에 유가족 추천 몫을 1명 늘렸다. 여당 5명 추천, 야당 5명 추천,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각 2명 추천, 유가족 3명 추천으로 ‘5:5:4:3’ 비율이다. 박 위원장은 청문회 증인 채택, 자료 요구 시 유가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려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진실을 규명할 수사를 위해선 수사·기소권이 절실하다는 게 유가족의 입장이다.

유가족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며 박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가장 원했던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이 빠졌다는 점과 유가족은 물론 당내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들과도 ‘협상 전 보안’을 이유로 의견을 나누지 않은 점이다. 박 위원장과 만난 유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대부분 이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한 가족은 “공감을 우선으로 하는 분이었으면 먼저 논의를 거치고 얘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가족은 “지금 하시는 거 보니까 희망이 없다. 공감을 해야하는데, 공감은커녕 대화도 안 되고 설득하려고만 하잖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거듭 진상조사위 구성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유가족들은 추천 인원이 100명이라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당내 분위기도 싸늘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를 입은 안산 지역구인 김영환, 부좌현, 전해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의 합의에 대해 매우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세월호TF(태스크포스)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합의안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TF를 할 수 없다”고 주말 협상 불참을 통보했다. 당내 주요 인사들마저 독단적인 합의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족들이 (협상안) 거기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유가족 뜻이 최우선임을 강조했고,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분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트위터에 “유가족의 요구와 동떨어진 여야 합의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합의안 자체를 일축했다.

각종 시민사회단체 및 야권 인사들은 협상 무효화를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는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 10일 밤엔 영등포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긴급 촛불집회를 열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11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최영도 변호사, 함세웅 신부 등 5명의 사회 원로는 박 원내대표에게 재협상을 요구하는 공개 편지를 썼고,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야권 인사 30여 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재협상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의 든든한 당내 지원군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0일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특별법은 최근 가족들과는 물론 당내 소통도 부족했다고 자인합니다”라고 말했다. 법사위 여당 공격수로 박 원내대표와 ‘박남매’로 불릴 정도로 돈독한 관계지만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소통이 부족했음을 지적한 것.

박 원내대표는 이에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당내 다수 의원들은 재협상을 요구했다. 70여 명의 참석 의원 중 30명이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에 대해 의견을 냈다. 박 원내대표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4시간30분이었다. “재협상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우선 리더십을 넘겨받을 대안이 딱히 있는 상태도 아니라 비대위원장직은 그대로 맡았다. 

새누리당과 재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합의 파기’ 비난과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경제활성화 법안 등 민생법안 처리 지연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박 원내대표와의 예정된 회동을 거부하며 13일 의원총회 후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알려왔다. 같은 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참 허탈감을 느낀다. 정치 도의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박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지난 7·30 재·보궐 선거 후 당의 리더십을 이어받은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과정을 통해 흔들린 리더십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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