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센터, 공소장 변경 요구 "살인죄 적용해야"

 

집단구타 사건 브리핑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시스·여성신문
집단구타 사건 브리핑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4월 경기도 연천 육군 28사단 의무중대에서 후임병을 집단폭행해 사망케 한 선임병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 인권센터는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선임병들은 사건 당일 피해자 윤모(20) 일병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폭행 강도를 높였다”며 “군 검찰관은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임병들이 윤 일병에게 성추행한 혐의를 있는데도 공소장에 기록되지 않았다. 성추행으로 추가 기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센터 측이 공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윤 일병은 올해 2월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받은 후 이모(25) 병장 등 선임병들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윤 일병이 숨지기 전날 아침부터 밤까지 가슴과 배, 머리 등을 90대 이상 때렸다. 또 치약 한 통을 강제로 짜서 먹이거나 드러누운 얼굴에 1.5ℓ 물을 들이붓기도 했다. 

얼굴과 허벅지의 멍을 지우기 위해 연고제 안티프라민을 처방, 윤 일병의 성기에까지 액체 안티프라민을 바르기도 했다. 윤 일병이 힘든 기색을 보이면 수액을 주사한 뒤 다시 구타했다. 가혹행위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윤 일병이 교회에 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지난 4월 이들은 군부대 PX(매점)에서 사온 냉동식품을 내무반에서 나눠먹던 중 ‘쩝쩝거린다’며 윤 일병에 또다시 폭행을 가했고, 의식불명 상태가 된 윤 일병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숨졌다.

사건 직후 헌병대로 인계된 이 병장 등은 “윤 일병이 음식을 먹고 TV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 관물대 안에 있던 윤 일병의 수첩을 찢어버리는 등 범죄를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병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간부 역시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군은 가해자인 이 병장 등 병사 4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이를 묵인한 유모(23) 하사를 폭행 등 혐의로 4월 9일 구속 기소했다. 결심공판은 다음달 5일 열릴 예정이다. 

윤 일병은 순직 결정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유족들은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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