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227분 집안일...남성 45분 비해 5배 더 일해
“남녀 동등하게 일해야 노동 기간 길어져”

 

여성신문 DB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 DB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워킹맘 김문선(가명·35)씨는 하루 평균 회사에서 9시간, 집에서 4시간 등 총 12시간 일한다. 출·퇴근 시간 3시간과 밥 먹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잠자는 시간 6시간을 겨우 확보할 수 있다. 남편도 비슷한 시간에 퇴근하지만 집안일은 오로지 김씨의 몫이다. 김씨는 “남편의 외벌이만으론 안 돼 일하고 있는데 집안일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자기 일만 하는 남편이 얄밉다”고 토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3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주요국 남성의 집안일 시간을 비교한 결과 한국 남성이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남성이 아이 등 가족을 돌보는 시간은 하루 10분으로 포르투갈(6분)과 일본(7분) 다음으로 짧았다. 청소와 빨래 등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21분으로 인도(19분) 다음으로 적었다. 반면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5배 많은 227분 동안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집안일=여성이 해야 할 일’로 굳어진 사회통념의 결과다. 그러나 김씨와 같이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특히 아이를 둔 워킹맘의 고통은 더하다. 지난 7월 여성문화네트워크가 낸 ‘워킹맘 고통지수’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집안일 참여 시간을 늘려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노동자들의 근속 연수가 남성보다 짧은 이유 중 하나는 집안에서 과도한 노동을 하기 때문”이라며 “부인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남자들도 나 홀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제 근무를 8시간에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통상적으로 야근이 이뤄지는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전일제 근무시간 줄이기는 전 세계적 이슈다. 핀란드에서는 현재 전일제 노동을 8시간에서 6시간 줄이는 사회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근로자의 선택을 기반으로 주5일 근무를 4일이나 3일로 축소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고 있다.

신경아 교수는 “현재 한국 기업문화에서는 20년 근속하면 퇴사해야 하는 구조다. 점차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가늘고 길게 일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같은 맥락에서 전일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여성들이 많아져 여성 노동력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