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들었더니 폐업...단일노조 만들어도 교섭 어려워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전국장애인활동보조인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2014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시급 동결 규탄 기자회견 모습.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전국장애인활동보조인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2014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시급 동결 규탄'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전국적으로 48만 명의 돌봄노동자가 있지만, 이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돌봄노동자는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아이돌보미, 장애인활동보조인 등 전통적으로 가족의 영역이던 돌봄노동을 직업으로 갖는 노동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장년층 여성이 많아 여성 노동 문제와도 연결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수요양원’은 지난 4월 요양보호사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생기자 두 달 만에 폐업을 선언했다. 사업권을 넘겨받은 새 사업주는 고용 승계를 거부했고, 사실상 노동조합에 가입한 요양보호사 23명은 집단해고 됐다. 조합원들은 “요양원에서 1년마다 근로계약을 하며 130만원가량의 임금을 줬다.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것은 물론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7월 6일부터 요양원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정원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일산수요양원 지부장은 “점차 돌봄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노동조건은 10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면 누가 이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1차 조정회의 때는 사측 관계자로부터 ‘못 배우고 백도 없는 요양보호사’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끝까지 사측과 싸울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요양보호사들이 우리를 응원하며 사측과 정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돌봄노동자인 활동보조인들도 노동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지난해 단일노조를 설립했지만, 사용자 측과의 단체교섭까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용자 측이 보건복지부에 위탁을 받아 활동보조인을 고용하기 때문에 실질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하 활보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노조 설립 후 보건복지부 측에 요구해 비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갖고 있지만, 복지부에서는 단체교섭까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활동보조인들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월급제 도입이나 건강·마약 진단서 등에 대한 비용 문제 등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고미숙 활보노조 사무국장은 “돌봄노동자가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거나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이유는 고용 형태가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라며 “활동보조인의 경우,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은 민간에 위탁하기 때문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복지부가 장애인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해외에서도 활동보조인들의 대우가 좋은 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회보장이 잘 돼 있는 외국과 한국을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노동법상 합법적인 노동조합만이 사용자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활보노조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직접 고용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활동보조인과 근로계약을 맺는 각 기관이 따로 교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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