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현 전국여성노조위원장 “시간제, 보통 가장 힘없는 업종부터 시작돼”
이주희 교수 “여성 타깃용 시간제 일자리는 문제”

 

22일 오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시간제 일자리 담론과 대응 포럼이 열렸다.
22일 오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시간제 일자리 담론과 대응' 포럼이 열렸다. ⓒ여성신문

여성노동계 인사들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목표 수치 달성에만 급급한 정책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7월 22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국여성노동자회 교육장 나비에서 ‘시간제일자리 담론과 대응’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없어도 현재 여성들의 시간제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 2001년 7.3%에서 2012년 10.2%로 올랐다. 가만히 있어도 유럽국가들 수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시아에서 일본이 시간제가 많다면, 유럽에선 영국이 여성 시간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라며 “영국은 대졸 여성이 대졸 남성보다 많은 나라다. 그러나 남녀평등은 요원하다. 어떤 면에선 미국보다 더 나쁘다. 여성 시간제가 굉장히 다양하고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시간제가 많이 나오는데 ‘멀티플 잡 홀더(multiple job holder)’, 즉 2개 이상의 시간제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또 이중 여성들의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며 “한마디로 하나의 시간제 일자리로는 먹고살기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왜 시간제 일자리가 선진국 수준까지 확산이 안 됐을까? 고용주가 원한 고용유연성을 비정규직이 완전하게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선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다. 사용자도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제 일자리는 지금처럼 고용률 70% 목표 같은 논리로 해야 할 일은 전혀 아니다”라며 “남성이 전일제 노동을 장시간 하고 있는 것을 줄이고, 당연히 비례해서 여성에게도 제공해야 한다. 또 1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남성처럼 일하는데 남성은 집에서 여성처럼 일을 안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고용률은 유사해졌지만 남녀가 돌봄의 책임을 잘 안 진다는 것이 포인트다. 여성도 똑같이 일하고, 남성도 돌봄노동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에 “시간제 노동자의 하루를 봤더니 시간제로 일을 하고 가사노동 전부를 하고 있었다. 거의 15~30분 간격으로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더라”며 “집안일 하고 출근해서 4시간 일하고 돌아와 집안일 하고, 아이들 챙기고, 학교에 일이 있으면 참가한다. 전일제라면 못하는 일까지 다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전일제를 시간제로 선택하는 기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데 그렇게 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를 시간제로 하거나, 전일제가 시간제로 갈 때 가장 낮은 처우의 직종에서만 먼저 되는 것은 문제”라며 “청소 용역을 살펴보면 30분, 2시간을 잘라버리는 식으로 시간제를 만든다. 중간의 대기시간을 길게 만들어 놓고 시간제로 부르고 있었다. 정부는 어떤 정책의 좋은 것만 얘기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가장 힘없고 어려운 쪽에 압박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채용형 시간제 일자리를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전환형 시간제 일자리를 얘기한다”고 말한 뒤 “취업 기간이 생애에서 짧아지고 소득을 축적할 기간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평균수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속 일할 시간의 비율은 줄어든다. 그러니 다들 돈을 벌어야 한다. 다들 전일제로 일하려는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말이 안 된다. 한국 사회에 탈 맥락적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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