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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니세프가 발행한 ’97 '국가발전백서'에 세계적인 여성운

동가 샤로트 번치(미국 리처스대 부설 세계여성지도자센터 소장)가

여성폭력의 전반적 실태를 보고한 글을 발췌, 요약해 소개한다.

여성폭력에 대한 연구는 새롭게 등장한 분야이며 조사 대상도 매우

한정되어 있다. 또한 보고되지 않은 범죄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

측된다. 20세기가 끝나가는 지금도 여성과 여자어린이에 대한 특정

형태의 폭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성에 대

한 폭력은 우발적으로 행해지거나 성과 관련된 문제만 있는 것은 아

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여성의 삶을 통제하고 여성들을 2류시민으

로 묶어 두려는 의도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수천만명의 여성들에게 가정은 편안한 것이 아니라 공포스러

운 것이다. 가정 내에서의 폭력은 대부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

어지며 가임연령층 여성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문제는 희생

자들이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여성 25-50% 남편·연인들로부터 신체적 학대

미국처럼 상대적으로 개방된 사회에서도 구타당한 여성 1백명 중 1

명만이 경찰에 고발한다. 범죄통계를 보면 성폭행당한 여성의 대부

분이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고 성폭행당한 후 살해당한 여성 중

40%가 아는 사람에 의해 당한 것이었다. 세계은행이 35개 개발도상

국과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50%의 여성들이 연

인이나 남편의 신체적 학대로 고통받고 있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가가 공식적으로 가정내 폭력을 사적인 가정사

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법은

도덕적 위선이다. 우리가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이유

는 다음과 같다.

▲가정폭력은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자녀들은 어머니와 함께 폭력을 당한다. 어릴 때 폭력을 경험한 아

이들이 부모가 되면 자기 자식들에게도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까지 폭력을 행사한다. ▲여성과 여자어린이에게 습관

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을 가정에서 참아낸다면 사회도 여성과 여자어

린이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다. 거리의 어린이들, 어린이 노동과 매매

춘 등이 가정폭력과 상관관계가 있다. ▲폭력은 여성과 여자어린이

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상처를 남기며 때로는 그 상처가

평생 지속된다. ▲가정폭력은 보건향상과 사회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어릴 적 폭력은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들을 스스로 억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위와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폭력은 남성의 지배와 여

성의 복종을 당연시하는 문화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사회에서도 많

은 공공단체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고는 있지만 공식적인

성명은 회피하고 있다. 여성을 ‘매춘부’라고 노래하는 랩뮤직, 집

단 강간 찬양, 고기분쇄기에 넣어진 여성의 신체를 게재하는 남성용

대중잡지,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군들이 겪어야 하는 성

적 고통,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굶주림에 가까운 다이어트를 하게

하거나, 의술이나 과학의 힘을 빌어 ‘날씬한 몸매’를 가꾸도록 이

끄는 사회적 압력 등이 미국의 성폭력 실태이다.

남성지배·여성복종 당연시하는 문화풍토가 최대 적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오랜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보호되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지참금이 적다는 이유로 연간 5천명의

여성들이 시집식구들에게 살해당한다. 살인범 중 극소수만이 감옥에

간다. 또 오늘날 살아 있어야 할 6천만명의 여성이 남아시아와 서아

시아, 중국, 북아프리카 등에서 널리 행해지는 성감별로 인해 사라진

다. 중동과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아내가 성실하지 못하다거나 복종

하지 않고 고집이 세다는 이유로 남성의‘명예를 지키기 위해’살해

하더라도 범죄행위로 간주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의 얼

굴을 망가뜨리기 위해 산을 던지는 일이 너무 빈번하여 형법에 관련

조항을 두고 처벌하고 있다. 매일 6천명, 연간 2백만명의 여자어린이

들이 생식기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절단하는 할례를 받는다. 여성할례

는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순결을 지키게 하기 위해

실시된다.

또한 국지전이나 내전이 벌어지는 국가에서는 성폭력이 전쟁무기로

사용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에서 성폭

력당한 회교도 여성은 2만명이 넘고 르완다에서는 1년 동안 1만5천

명이니 된다. 캄보디아, 라이베리아, 페루, 소말리아, 우간다에서는

집단 성폭력이 전쟁무기로 사용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다이어트도 성폭력 성감별로 6천여 여아 살해

오랫동안 깊이 뿌리내려온 여성폭력을 종식시키는 것은 개인의 폭

력적 행동을 단죄하는 데서만 끝나지 않는다. 여성의 가치를 평가절

하시키는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전세

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과 여자어린이를 완전한 사회성원과

시민으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자기 딸의 할례를

거부한 부모, 성폭력범에게 최고형을 내린 판사, 여성폭력에 반대하

는 모임에 참석하는 남성들, 여성과 여자어린이들에 대한 인권보호

를 위해 국내법을 개정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법적 개혁을 뒷받침하는 변화의 첫 단계는 97년 5월 현재 1백90개

국이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과 1백57개국이 비준

한‘여성차별금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to Eliminate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EDAW)의 이행이다. 이

협약은 세계 각국이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적절한 정책 수립을 주장하는 것으로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1990년대는 여성인권이 전에 없이 향상된 기간이었다. 1993년 빈에

서 열린 세계인권회의에서는‘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을 근

절시킬 것을 주장했고 여성과 여자어린이들의 권리는 ‘절대적이고

완전하며 불가분한 인권’으로 선포했다. 그해 말 유엔총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퇴치 선언문’을 채택했고, 여성폭력을 다룬 94

년 유엔 특별보고서도 인식전환에 중요한 전기가 되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여성의 기본적 권리보호문제는 개인의 안전문

제로 전락해 버리기 일쑤다.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본단계인 ‘여

성차별금지에 관한 협약’이 이행되거나 국내법에 통합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이 대다수다. 다른 국제법보다 실질적으로 유보된 조항

이 더 많다는 사실은 ‘여성차별금지협약’이 심각한 저항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편견을 바꾸기위해서는 여성들의 집단적

노력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다. 국가와 권위있

는 유관단체들이 절대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여성폭력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한편 많은 민간단체들이 여성

운동을 통해 국가와 문화, 종교, 계급을 초월하여 전력을 다해 노력

하고 있다. 단기간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 그리고 그렇게 평화로

운 방법으로 진행된 사회운동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성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연륜을 바친 공무원들이 얼마나 있을

까? 지금이 바로 그들이 일을 시작해야 할 바로 그 때이다.

가정폭력

아르헨티나, 호주, 바하마, 방글라데시, 바베이도스, 벨리즈, 볼리비

아, 브라질, 캐나다, 칠레, 중국,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키프로스, 체

코, 덴마크,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핀란드, 프랑스, 과테말라, 가이아

나, 온두라스,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자메이카, 말라위, 말레

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포르투갈, 세인트

루시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남아프리카, 스페인, 트리니다드/토

바고, 튀니지, 영국, 미국, 우루과이. ( 미국은 주 법률에 규정되어

있음)

배우자 강간

호주, 오스트리아, 바베이도스, 캐나다, 독일,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

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남아프리카, 스페인, 스웨덴, 트리니

다드/토바고, 영국, 미국.

( 미국은 주 법률에 규정되어 있음)

성희롱

아르헨티나, 호주, 오스트리아, 바하마, 벨기에, 벨리즈, 캐나다, 코스

타리카, 핀란드, 독일, 기니, 아일랜드, 이스라엘, 레소토, 말라위, 나

미비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파나마, 파라과이, 필리핀, 스페인, 스웨

덴, 스위스, 영국, 미국.

여성할례

호주, 부르키나파소, 캐나다, 이집트, 프랑스, 가나, 뉴질랜드, 노르웨

이, 수단, 스웨덴, 영국, 미국. (이집트는 형법이 아닌 행정명령을 통

해 금지, 프랑스는 특별한 법률조항은 없으나 법정에서 판결로 다루

고 있음, 수단은 1946년 법률에서 단지 정조대로 여성의 외음부를

봉쇄하는 것만을 금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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