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우리 가족’ 주인공 김태훈·감독 김도현
2006년부터 새터민 청소년그룹홈 ‘가족’ 운영
사선을 넘어 온 10명의 북한이탈 청소년과 ‘총각 엄마’ 의 좌충우돌 성장기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북한 출신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이 있잖아요. 이 영화가 인식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 4동에 위치한 새터민청소년 그룹홈 ‘가족’에는 북한이탈청소년들과 ‘총각 엄마’ 김태훈(39)씨가 살고 있다. 김씨는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보다 ‘뭐가 제일 힘들어요?’라고 묻는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볼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영화 ‘우리가족’은 김씨와 북한이탈청소년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후배를 통해 김씨의 존재를 알게 된 김도현(42) 감독은 김씨를 찾아갔고,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가족’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룹홈은 가정해체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과 같은 주거 형태의 소규모 보호시설이다. 새터민청소년 그룹홈은 전국 13개뿐. 종교단체를 제외한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김씨의 ‘가족’이 유일하다. 30대 초반 유아교육 전문 출판사에 근무하던 그는 2004년부터 시작한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자원봉사 활동을 계기로 아이들의 아빠가 됐다. 발단은 염하룡(19)군 과의 만남이었다. “하룡이 어머니가 하나원 퇴소를 앞두고 놀러오라며 집 주소를 알려주셨어요. 집에 갔는데 어머니는 일자리를 구하러 지방에 내려가고,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TV를 보다 잠들어 있는 꼬마가 있는 거에요.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함께 자고 다음날 아침 나가려는데 ‘형 이제 집에 갈거에요?’라는 아이의 물음에 말을 못하고 그때부터 바로 같이 살게 됐죠.”
김씨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니던 회사를 나와 그룹홈을 만들었다. 하룡이를 시작으로 ‘가족’의 구성원은 한명, 두명 늘어갔다. 보양식에 관심이 많고 농대 진학을 희망하는 진철(20)이부터 귀염둥이 막내 철광(이까지. 영화 작업을 마친 후 1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가족 구성원은 조금 바뀌었지만 활기 넘치는 이들의 공간은 변함이 없다. 남자들만 모여 사는 집안에는 으레 싸움이 잦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16개월간 이들을 곁에서 지켜본 김 감독은 “갈등이 생겨도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 같다. 힘들게 넘어온 만큼 어렵게 찾은 행복을 잘 가꿔가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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