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로 여성 언론 ‘페미니스트 타임스’ 중단
SNS 타고 퍼지는 안티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운동

 

‘페미니스트 타임스’ 웹사이트 화면.
www.feministtimes.com
‘페미니스트 타임스’ 웹사이트 화면. www.feministtimes.com

대안 여성 언론을 표방하며 시작한 영국의 페미니스트 온라인 매거진 ‘페미니스트 타임스’가 창간 1년 만에 폐간을 발표하여 안타까움을 안겨줬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안티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시대 속에서 여성운동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페미니스트 타임스는 창간 1주년을 목전에 앞둔 14일 “이번 주가 본래 모습의 페미니스트 타임스로서의 마지막 주”라며 “더 이상 우리의 가치를 고수하면서 생존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공지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점점 좁아지는 여성 언론, 대안 언론의 현실이 페미니스트 타임스의 지난 1년에 담겨있다.

페미니스트 타임스는 지난 해 여름,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매거진 ‘스페어 립’(Spare Rib)이 이름을 바꾸고 재탄생하면서 시작됐다. 언론에서 소외된 여성 이슈의 플랫폼을 표방한 페미니스트 타임스는 페미니즘 이론의 전파보다는 일반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주류 언론과 경쟁하고자 했다. 또한 집필진에 대한 착취 금지, 상업광고 거부라는 2대 윤리 원칙으로 착취와 상업광고가 일반화된 기존 언론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시도는 채 1년도 지속하지 못했다. 부편집장 사라 그래함은 허핑턴포스트 영국과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스트 타임스의 실패의 원인을 “지속가능한 자금원의 부족”으로 꼽았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독자들의 기부와 투자를 유도하는 ‘클라우드 펀딩’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운영진은 자신들의 시도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발행인 샬롯 레이븐은 마지막 사설에서 “노동력 착취와 상업광고 거부라는 원칙을 깨기보다 여기서 멈추는 것을 선택했다”며 “원칙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자금 확보가 가능해지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웹사이트는 여성 콘텐츠의 저장고로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Women Against Feminism’ 페이스북 페이지의 대문 사진. 자신이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이유를 소개한 인증 샷을 모았다. 
www.facebook.com/WomenAgainstFeminism
‘Women Against Feminism’ 페이스북 페이지의 대문 사진. 자신이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이유를 소개한 인증 샷을 모았다. www.facebook.com/WomenAgainstFeminism

페미니스트 타임스의 중단이 알려진 같은 날 다른 한쪽에서는 여성들이 벌이는 안티 페미니스트 운동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여성들’(Women Against Feminism)에 대한 소식이 들렸다. 이들의 활동기반인 텀블러 페이지(womenagainstfeminism.tumblr.com)의 게시물 수는 4500건, 팔로워 수는 8700명을 넘어섰고 올해 1월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5756명이 ‘좋아요’를 클릭했고 수십 명이 자신이 페미니즘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인증샷을 보냈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유독한 문화’(toxic culture)라고 주장하며 이미 세상은 평등한데 오히려 페미니즘이 무기력한 희생자 문화와 불평등, 차별, 검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부장제는 이미 사라졌고 남녀동일임금은 존재하지만 선택하지 않을 뿐이며 성역할을 남성에게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이 가진 엘리트주의와 위선도 이들이 주장하는 반대 이유다.

허핑턴포스트 캐나다는 “엘리트주의나 소수 배제 등은 페미니즘이 아직도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평가”라며 “이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을 심사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페미니즘이란 단어와 관련된 오해를 파악하고 진짜 페미니즘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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