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김운용의 여성과 스포츠 이야기’가 이번 호부터 격주 화요일 여성신문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김 전 부위원장은 IOC 부위원장을 비롯해 세계태권도연맹 창설 총재, 대한체육회장 등을 거치며 지난 40여 년 동안 스포츠 외교를 통해 한국 체육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또한 88서울올림픽 유치와 성공 개최, 태권도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남북 체육 교류 등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여성 체육인을 위한 윤곡여성체육대상을 26년째 이어오며, 여성체육 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편집자주>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농구팀 우승을 차지해 필자가 축하해 주고 있다. ⓒ김운용닷컴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농구팀 우승을 차지해 필자가 축하해 주고 있다. ⓒ김운용닷컴

원래 근대 올림픽이 시작됐을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창설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vertin) 백작은 여성은 스포츠를 구경이나 하면 되지 직접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동안 스포츠도 경제 발전과 함께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고 모든 사람이 스포츠를 보고 즐기고 하게 됐다. 이제 스포츠는 건전한 사회, 건전한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 비만 방지, 마약 퇴치, 폭력 방지 등에 기여한다.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1906년 핀란드가 처음이었지만 여성에게 최초로 올림픽의 문을 개방한 것은 그것보다 6년 전인 1900년 올림픽부터임을 IOC는 자랑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참가 선수의 45%가 여자 선수였고 핀란드는 여성 선수가 남성보다 더 많았다. 특히 여성이 축구, 유도, 태권도, 복싱, 레슬링, 사격 등 모든 종목에서 경기를 치렀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IOC는 이제 스포츠 임원 20%를 2005년에 약속한 대로 달성하고 △여성의 올림픽 참가 증대와 스포츠 저변 확대 △스포츠의 남녀 평등 증진 △여성 스포츠 지도자 증가를 내건다. IOC는 그 목적을 위해 코치와 선수 장학금도 제공한다. 

한국도 1948년 런던올림픽에 여성 최초로 박봉식 선수가 원반던지기 종목에 유일하게 참가했다. 이후 여성 체육인들은 국위 선양의 중요 역할을 하면서 스포츠 저변 확대를 이끌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 한국 스포츠는 여자가 남자보다 낫고, 일본에 덜 지고 북한은 꼭 이기고 30년에 금메달이나 하나 따고 올림픽 개최는 꿈도 못 꾸고 아시안게임이나 한번 개최했으면 하는 형편이었다. 그 아시안게임도 유치했다가 경제적 이유로 벌금을 내면서 반납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없었으면 한국이 20년 연속 동·하계 올림픽에서 10위 안팎의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전이경, 장미란, 김연아, 이상화, 현정화, 방수연, 김경욱, 김진호, 박찬숙 등 수많은 세계적 스타들이 나왔다.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취미생활조차 제약적이었던 여성들이 이제는 조깅, 등산과 수영을 즐기고 체육관을 찾고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한다. 여성의 참여는 스포츠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 세계적 영도자도 나오고 미국에서는 국무장관, 세계적 대기업과 언론사의 CEO가 쏟아져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수장도 여성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의 능력이 사회유지 발전에 절대 필요함을 강조한다. 직업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를 내세우며 ‘여성이 성공할 때 미국이 성공할 때’라고 말한다. 이것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미국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인구 감소에서 오는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 참여를 장려하며 기업 임원급의 여성 증원도 강조한다. 직업 여성의 자녀 양육과 출산 보조 등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보육원의 대기 아동이 없도록 한다. 경제성장 3대 원칙에 여성인력 증대를 일본 경제 성공 요소로 넣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포츠 스타, 스포츠 지도자가 많이 나오지만 아직 멀었다. 더 많은 여성 스타들이 나오고 행정가와 지도자가 나와서 나라의 성장과 안정을 끌고 갈 때가 됐다. 문제는 양육·보육·복지 지원정책이 구두전으로 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생각할 문제다. 유아시설, 아동들을 위한 양육시설이 대기 아동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지 훈련된 보모들은 충분한지 관공서 건축에 드는 비용 등을 절약해 여성의 근로와 가정이 양립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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