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여름 보내기…여기서 다 해결
마신 물만 어림잡아 2리터…빠지고, 마시고
웨이크보드, 윈드서핑 어렵다면 블롭점프 ‘도전’

솔직히 말해 만만해 보였다. 줄만 잘 잡고 물 위에서 중심만 잘 잡으면 될 것 같았다.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어떤 포즈를 취할까 행복한 상상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얕봤다가 큰코다쳤다.

한강 물살 가르는 ‘웨이크보드’

 

서울 한강시민공원망원지구에서 웨이크보드를 타고 있는 여성.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한강시민공원망원지구에서 웨이크보드를 타고 있는 여성.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더위 탈출을 위해 망원한강공원으로 출발했다. 이곳은 도심 속에서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수상레포츠 교육 업체 레저드림스 이요한 이사는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수상 레포츠를 즐긴다”며 “날씨도 좋겠다, 체력만 된다면 두 개쯤은 손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크보드 지상교육을 받는 모습.
웨이크보드 지상교육을 받는 모습.

체력 하나는 자신 있던 기자가 도전한 건 웨이크보드와 윈드서핑. 먼저 웨이크보드 기초 교육부터 받기로 했다. 김민기(24) 강사는 대뜸 재래식 화장실에서 ‘큰일’ 보는 자세를 해보였다. “바닥에 구부리고 앉은 자세 그대로 눕고, 다리가 허벅지에 붙으면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세요. 허리는 숙이지 마시고요.”

20분가량 자세 연습 후 본격적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구명재킷을 착용하고, 길이 137㎝, 폭 40㎝, 무게 3㎏ 안팎의 보드에 달린 부츠를 신었다. 보트 위에서 장비 착용을 끝낸 후 물 속에 뛰어들었다. ‘풍덩’. 한강물의 오염 상태는 모르겠지만, 시원했다.

 

웨이크보드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보트가 움직임과 동시에 핸들이 앞으로 끌려 나갔다. 곧바로 앉은 자세를 취하려고 했지만, 그만 고꾸라져버렸다.
웨이크보드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보트가 움직임과 동시에 핸들이 앞으로 끌려 나갔다. 곧바로 앉은 자세를 취하려고 했지만, 그만 고꾸라져버렸다.

첫 도전. 보트 정면을 향해 누운 자세에서 줄로 연결된 핸들을 잡았다. 강사에게 출발 신호를 줬다. “감사합니다! 오케이!” 보트가 움직임과 동시에 핸들이 앞으로 끌려 나갔다. 곧바로 앉은 자세를 취하려고 했지만, 그만 고꾸라져버렸다. 물의 표면장력을 이겨내지 못해서다.

“힘을 빼고, 앞발에 무게중심을 주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 됩니다. 할 수 있어요.” 주변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출발과 동시에 자꾸만 한강물에 코를 박기 일쑤였다. 물을 마시는 건 기본.

상체를 빨리 일으키려고 하면 보드의 부력이 생기기 전에 몸이 앞쪽으로 넘어가면서 물속에 처박혔고, 상체가 서기 전에는 팔에 너무 큰 힘을 줘서 줄을 놓쳤다.

 

줄 대신 봉으로 연습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초보자는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보트 옆에 달린 철봉을 잡고 시작한다.
줄 대신 봉으로 연습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초보자는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보트 옆에 달린 철봉을 잡고 시작한다.

30분이 지났을까. 강사는 줄 대신 봉으로 연습할 것을 권했다. 보통 초보자는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보트 옆에 달린 철봉을 잡고 시작한단다. 1m 정도 위에 있던 봉은 상체를 세우기가 쉬웠다. 지상훈련에서 배운 대로 하니, 물 위에 뜨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느낌 그대로 가면 됩니다.”

재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줄을 잡고 일어나는 것은 역시나 무리수였다. 봉으로 익힌 감각은 온데간데없었다. 한두 번 정도 성공할 법했지만, 너무 빨리 일어나는 바람에 물만 마셨다. 1시간이 금세 흘렀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몸에 힘도 빠지고 의욕도 떨어졌다.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못하겠어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재도전할 체력을 회복했다. 역시나 도통 서질 못했다. 교육장으로 돌아오니 모자를 쓴 여성이 “성공하셨냐”고 물었다. 기자가 “너무 어렵다”고 털어놓자 자신이 웨이크보드를 타보겠단다. 성악을 전공했다는 김민소(24)씨는 웨이크보드를 두 번 정도 타본 왕초보라고 소개했다. 과연 성공할까. 출발 소리와 함께 김씨는 서서히 일어섰다. 단 한 번의 성공. 순식간에 물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김씨는 물줄기를 가로지르며 탄성을 질렀다. 기자는 눈을 떼지 못했다. 부럽고 또 부러웠다. 뭐 그래도 괜찮다. 한 시간 동안 물놀이를 제대로 해 더위를 잊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이제 뒤집어진 보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돌린다.

바람 가로지르며 달리는 ‘윈드서핑’

 

서울 한강시민공원망원지구에서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는 윈드서퍼의 모습.
서울 한강시민공원망원지구에서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는 윈드서퍼의 모습.

웨이크보드에 이어 윈드서핑 도전에 나섰다. 시원하게 탁 인 한강, 가슴을 때리는 물살, 그 속에서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질주하는 윈드서퍼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가셨다.

김민기 강사가 윈드서핑의 기본 장비인 보드와 세일(돛)을 들고 왔다. 사실 모터가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윈드서핑은 팔과 발을 이용해 앞으로 나가는 100% 자연을 활용한 스포츠였다.

“물과 바람만 있으면 어느 곳이든 항해가 가능합니다. 바람의 방향을 읽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보드 위에서 돛을 잡고 바람의 강약에 맞추어 왼발 오른발을 흔들며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윈드서핑은 기둥인 마스트(세일을 잡는 봉)를 잡고 세일을 보드와 연결해준다. 다음으로 업홀라인이라는 줄을 당겨 세우면 된다.
윈드서핑은 기둥인 마스트(세일을 잡는 봉)를 잡고 세일을 보드와 연결해준다. 다음으로 업홀라인이라는 줄을 당겨 세우면 된다.

바람의 방향을 읽을 수 있을까. 보트 위에 잘 설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걱정이 교차했다. 강사는 “웨이크보드보다 쉽다”며 자신감을 복돋워줬다.

일단 보드는 면적이 넓고 부력이 커서 쉽게 올라설 수 있었다. 윈드서핑은 기둥인 마스트(세일을 잡는 봉)를 잡고 세일을 보드와 연결을 해준다. 다음으로 업홀라인이라는 줄을 당겨 세우면 된다.

하지만 물에 젖은 세일을 들어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힘을 줘 세일을 일으켜 세우는가 싶었는데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자빠지고 말았다. “허리를 세운 뒤 팔을 구부리지 말고 중심을 잡고 세일을 들어 올려보세요.”

 

 

균형을 잡고 겨우 보트 위에 올라섰다. 제법 폼은 나온다.
균형을 잡고 겨우 보트 위에 올라섰다. 제법 폼은 나온다.

용기를 내서 다시 한 번 도전했다. 일단 균형을 잡고 세일을 들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폼은 그럴싸했다. ‘실패의 쓴맛’을 보게 하려는 걸까. 갑자기 바람이 거세졌다. 거센 바람에서는 초보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바람과 보드의 각도를 90도로 맞추고 마스트를 횡직각 방향으로 조절하기란 무리수였다. 세일이 물속으로 다시 빠졌다.

좌절감에 빠진 기자에게 강사는 “속성으로 배워서 그렇지 2~3일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마지막으로 ‘블롭점프’를 타면 오늘 하루 물놀이는 제대로 한 셈”이라고 말한다. 빨강·노랑·파랑이 섞인 거대한 에어매트가 압도했다. 블롭점프는 점프대에서 1~3명이 거대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기구다. 지상 3m위의 점프대에 몸을 던졌다. 잠시 후 뒤에서 대기하던 사람이 뛰어내리는 순간, 몸이 붕 떴다. ‘찰싹.’ 기자가 강물로 곤두박질치는 소리가 한강에 울려 퍼졌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물놀이 한 번 ‘제대로’ 했다.

 

•웨이크보드는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즐길 수 있다.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가 성수기다. 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waterskinet.sports.or.kr, 02-2203-0488)에 문의하면 웨이크보드 경기규칙과 이론 등을 받아 볼 수 있다. 레저드림스(www.leisuredreams.co.kr, 070-8873-2370)에서는 기본교육(무료)과 라이딩 2번을 포함해 5만원이면 배울 수 있다. 

 

•윈드서핑은 균형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2∼3시간만 배워도 기본 자세를 익힐 수 있을 만큼 배우기 쉽다. 운동신경이 둔해도 2~3일이면 충분하다. 전국윈드서핑연합회(www.kwasa.org, 02-444-3840)에 문의하면 시도 연합회와 경기규칙 및 이론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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