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위스 연방경제통상국 인사과 부장의 ‘시간제일자리’ 경험
출산 후 14년 동안 시간제, 2년 전 연방공무원 되면서 전일제 근무중

 

6월19일 스위스 베른에서 만난 연방경제통상부 다양성부장 앤 프랑소와 베아 보쉬(49)씨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신문
6월19일 스위스 베른에서 만난 연방경제통상부 다양성부장 앤 프랑소와 베아 보쉬(49)씨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신문

“시간제 일자리는 시간 조율 측면에서 조직 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선 전일제보다 낫다.”

6월 19일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만난 연방경제통상국 인사과 앤 프랑스와 베아 보시(49) 전문위원의 말이다. 시간제 근무가 조직 내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은 어려운 부분이나 일의 효율성은 높아진다는 의미다. 연방공무원의 근로시간 등을 담당하는 앤 보시 위원 역시 시간제 일자리 경험이 있다. 그는 첫 출산 후 주당 50% 시간제, 둘째 출산 후 60%로 일하다 점차 시간을 늘려 2년 전부터는 90%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스위스에선 보통 90%부터는 풀타임으로 간주한다.

연방 공무원이자 두 자녀의 엄마인 그녀에게도 시간제 일자리는 중요했다. 연방공무원이 되기 전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녀는 시간제 일자리가 없었다면 일을 계속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아이를 출산한 뒤 일·가정 병행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50% 시간제로 근무했으나 업무 특성상 시간 양을 절대적으로 줄이긴 어려워 결국 대학강사로 직업을 바꿨다.

직업을 바꾼 이유는 시간제로 일하다 전일제 전환을 기다리는 것보다 전일제 이직이 더 쉽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위스에선 회사에 필요한 업무가 있으면 전환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자라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전일제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결국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달렸다. 전환을 보장하는 엄격한 제도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스위스는 아직 시간제를 전일제로 변환 청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그는 “내가 대학강사 일을 시작한 것도 일·가정 병행 때문”이라며 “교육분야에서 시간제 전향은 그나마 쉬운 편이다. 여러 직업군 중 시간제로 일하기 좋은 분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남편이 시간제를 선택했다. 둘 다 모두 일을 해야 할 때는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주었다. 하지만 보시 위원은 남녀 역할을 구분하는 전통적 인식은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사회·전통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남성이 하면 좀 이상하다(something fishy)고 여기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 모두 질 좋은 시간제 일을 하기 위해선 시간 비율이 너무 낮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어도 60% 이상 시간제는 돼야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주당 50% 미만 일하는 것은 대개 임시직이거나 질이 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가정을 중시하는 스위스에서 커플 중 여성들은 대개 출산 후 50% 미만의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점, 그 결과 여성들이 50% 미만 일자리에 고착되는 경향을 경계했다.

그는 “최근 70~80% 시간제를 이용하는 이들을 보면 자신만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활동, 취미 등을 위해서인데 일에 더 열정을 가져다주고 창조적으로 일하려면 시간제 일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방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통한 데이케어 사용을 세금으로 공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줄어든 근무시간에 따른 연금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스위스의 높은 여성 고용률은 향후 시간제 일자리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는지에 따라 성평등 관점에서 다른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스위스 시간제 일자리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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