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협력·평화’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해야
평창올림픽 이후 ‘소득 3만 달러’가 목표
여성 고위직 발탁 멈추지 않을 것

 

“이제까지 감자와 도루묵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파는 일이 행정과 정치의 영역은 아니었죠. 그래서 정치가 시민들과 멀어진 것이죠. 저보고 나무꾼, 어민, 아저씨, 광부 같다는 분들이 계세요. 저는 농촌에 가면 농민이, 시장에 가면 시장 상인이 되려고 합니다. 도민들의 어려움을 가까이 다가가 함께 풀어주는 것, 바로 도지사는 ‘엄마’ 같은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최문순(58·사진) 강원도지사는 성공적인 도지사의 모습을 도민의 삶까지 보살피는 ‘엄마’ 같은 존재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엄한 아빠 같은, 카리스마 있는 정치인과 행정가의 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고 강조했다. 최 지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친화력’이 이러한 그의 도정 철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진짜 감자 문순C’라고 지칭했고, 주변 사람들을 그를 ‘네네 지사’로 불렀다. 누가 말을 걸든 ‘네네’ 하며 듣는 모습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SNS를 통해 감자와 도루묵 등 강원도 특산물을 파는 등 소탈하고 서민적인 스킨십이 그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야권의 불모지인 강원도에서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라는 ‘조직’과 친화력과 인지도가 높은 최문순 지사 ‘개인’ 대결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최 지사는 인터뷰 장소인 강원도청 통상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90도 이상 허리를 굽혀 악수하는 특유의 인사로 취재진과 첫 대면했다. 그는 이번 재선의 원동력을 “여성들의 표심과 지난 3년간의 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평가”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는 제가 우세하다고 나왔지만, 국회의원 숫자가 새누리당이 9, 새정치민주연합이 0이고, 시장과 군수가 17(무소속 2명 포함) 대 1, 도의원이 38(무소속 2명 포함) 대 6이에요. 시·군·구 의원은 더 합니다. 전체 지형이 그렇다보니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었죠.”  

그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도민들을 포용하기 위해 “도정을 이끌면서 차별과 구분 없이 인사, 정책, 재정을 균형 있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지사가 당선되자마자 가장 먼저 이행한 공약 사항은 ‘여성 부지사 임명’이다. 그는 지난 6월 20일 김미영 도 보건복지국장을 정무부지사에 임명했다. 고위직 여성참여 확대를 위한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여성 부지사 임명에 대한 내부 저항도 있었어요. 하지만 여성 부지사 한 명이 탄생했다고 성평등이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아직 여성 고위직이 부족해요. 계속해서 여성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해야 합니다. 우선이 여성 인재가 출산이나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죠.”

최 지사는 일·가정 양립 정책만으로는 여성의 경력단절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의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거시적 안목으로 사회체제 자체의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결과는 경제성장률은 100위 밖,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15위입니다. 저출산으로 시장은 더 이상 커지지 못하고, 소비와 생산 모두 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패러다임을 확 바꾸지 않으면 지금의 시스템을 깨고 나갈 수 없어요. 출산장려금 20만원 준다고 아기 낳는 사람이 있을까요? 거시적 안목으로 사회 패러다임을 화해와 협력, 생명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특별한 여성정책, 한 가지 고립된 정책으로는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생애복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선거에서 복지 확대 공약을 주로 내세웠다.

“노인건강카드와 대학생 등록금 지원, 청·장년 취업 지원 등 복지 확대를 중점 추진할 생각입니다. 연간 47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강원도 1년 예산(약 4조원)의 1.2%가량이에요. 복지 확대는 즉시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가 생산으로, 생산이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집니다.”

최 지사는 이와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계획도 제시했다. 대회 인프라 건설, 특구개발, 시설 사후 활용 방안을 정교하게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8개 시·군이 다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올림픽 효과도 도내 전역에 골고루 미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요즘 강원도청에 걸린 구호가 ‘소득 2배, 행복 2배’예요. 동계올림픽 개최를 통해 몇 년째 정체돼 있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2018년까지 3만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인 셈입니다. 올림픽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을 유치하는 등 올림픽을 통해서 강원도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에게 대권 도전에 대해 묻자,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평화와 번영, 화해와 타협, 지역 분권, 생명 존중 등의 정신이 포함된 개헌이 필요하다”며 제7공화국 출범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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