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일 것으로 추측… 남편도 행방불명

 

리비아 총선 직후 살해된 리비아 여성인권 운동가 살와 부가이기스. ⓒ휴먼라이트워치
리비아 총선 직후 살해된 리비아 여성인권 운동가 살와 부가이기스. ⓒ휴먼라이트워치

리비아의 민주·인권·여성 운동가인 살와 부가이기스가 무장괴한들에 의해 벵가지의 자택에서 살해 됐다. 부가이기스는 지난 6월 25일 밤(현지시간) 총선 투표를 마치고 돌아온 후 자택에서 괴한 5명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칼에 몸을 여러 번 찔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부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집에 있었던 그의 남편(벵가지 시의원)도 사건 뒤 행방불명돼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를 살해한 무장 괴한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리비아의 제2 도시인 벵가지에서 세속적 행동가, 판사, 온건파 성직자, 경찰 및 군인들을 자주 살해해 왔다.

변호사로 인권운동에 앞장서왔던 부가이기스는 벵가지의 유서 깊은 가문 출신으로 리비아의 여권 신장을 위해 활약해 왔으며, 리비아 대표로서 국제회의도 자주 참석했다. 2011년에 일어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한 봉기를 주도했으며, 트리폴리의 악명 높은 아부셀림 교도소에서 수감자 가족들을 대변하기도 했다.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뒤에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반대 운동을 펼쳐 이슬람 과격 세력과 일부 민병대로부터 수차례 살해 협박을 받아 왔다.

부가이기스의 사망 소식을 들은 리비아 주재 미국과 영국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부가이기스 암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리비아의 슬픈 날”이라고 올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부가이기스를 “용감하고 존경받는 인권 수호자”라며 “리비아가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는 “이 사건이 악랄하고도 무의미하다”며 “2011년 11월 부가이기스는 그의 용기, 지도력, 그리고 평화롭고 민주적인 리비아를 건설하려는 헌신적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고 밝혔다.

하시바 샤라위 국제앰네스티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부국장은 “리비아 시민사회에서 가장 용감하고 존경받는 인물이 사라졌다”며 “당국이 살와의 죽음에 대해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조사에 임하지 않으면 활동가들에 대한 추가 암살 공격을 조장할 수 있다”며 정부의 철저한 조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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