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디’ 되고 싶은 아빠 늘지만
출산휴가·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장시간 노동·잦은 야근 등 근로 문화 개선해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근무하는 이현주 씨가 25일 오후 5시 국회제2어린이집에서 아들 이한솔 군을 하원시키고 있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근무하는 이현주 씨가 25일 오후 5시 국회제2어린이집에서 아들 이한솔 군을 하원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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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저녁 술 약속도 거의 잡지 않으니 답답하긴 하죠. 일보다 육아에 더 신경쓰다 보니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어요. 아이를 낳기만 해서는 진짜 아빠가 될 수 없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성장합니다.”

생후 16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안병철(42)씨는 요즘 육아에 전념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난해 1년간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그의 인생의 1순위는 육아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바쁜 아침 시간에도 아이 밥을 챙기고, 먹이는 것까지 그가 도맡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그는 재택근무를 하거나 최대한 시간을 조율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안씨는 “영업·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스케줄 조율이 자유로워 가능한 일이지만 이전만큼 일에 전념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승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운 게 현실 속에서 그런 불이익은 아빠라는 이름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잘나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안씨처럼 많은 직장인들은 ‘성공’의 의미를 경제적 안정이나 승진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직장인의 성공에 대한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전국 직장인 1054명을 대상으로 성공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69.2%(이하 복수응답)는 ‘일·가정의 양립’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정된 직장(66.4%), 경제적 안정(61.9%), 승진(53.5%)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프렌디(Friendy: Friend+Daddy)’를 꿈꾸고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육아와 가사는 엄마 몫, 돈 버는 것은 아빠 몫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육아하는 아빠의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정부도 배우자출산휴가 확대와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은 육아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두 달 전 아빠가 된 김모(31)씨는 “아내를 도와 육아에도 적극 참여하고 싶지만 회사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선례가 없다”며 “상사한테 밉보일 수도 있어서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임모(40)씨는 “막내 아이가 두 돌쯤 됐을 때 아무리 불러도 제게 오지 않고, 낯설어하는 것을 느끼고 올해 초부터 야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일을 제시간에 맞춰도 정시 퇴근을 할 때면 상사의 눈치를 봐야 했고, 갑자기 회식이 잡히는 날도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는 매주 수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놓고, 육아기 근로 단축제를 도입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절대 직원들에게 제도를 이용하라고 권장하지는 않는다”며 보수적인 근로 문화를 꼬집었다. 

법제도가 있어도, 조직문화와 사회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아버지들의 삶은 달라지기 어렵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삶의 만족도 지수는 6.0(전체 평균은 6.6)으로, 36개 조사 대상국 중 하위권인 25위를 기록했다. 연평균 근무시간은 2090시간으로, OECD 평균 1765시간보다 훨씬 많고,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는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34위를 차지했다. 일하느라 지치고, 삶에 만족하지도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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