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정치는 혐오와 반감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 이유는 이번 총리 인선 과정에서부터 사퇴에 이르는 드라마 같은 과정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정치는 여론과 국민을 반으로 나누어 놓고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리라. 이런 정치 상황에서는 이성과 논리, 설득과 타협의 정치는 들어설 틈이 없다.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이런 3류 정치의 희생양이어야 할까. 북유럽에서 볼 수 있는 물 흐르듯 하는 정치는 과연 요원한 것일까.
스웨덴 역대 총리, 장관, 정당 당수들의 정치 입문 시기는 평균 16.5세. 이르게는 중학교, 조금 늦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입문하는 셈이다. 대개의 경우 학교에서 사회 선생님과 함께 배우는 국가·사회·시장에 대한 토론 시간에서 얻지 못하는 답을 찾기 위해 정당 문을 두드린다. 이들은 정치 자체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 궁금해하는 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에 더 관심이 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현 총리는 18세 때인 고등학교 시절 보수당에 입당지원서를 내고 정치를 시작했다. 보수당이 지배하고 있는 스톡홀름의 북쪽 지역구에서 시작한 레인펠트는 같은 또래의 지역 청년정당원들과 정치적 토론과 교육을 통해 지역정치를 배우며 정치적 감각을 익혔다. 스톡홀름대학에 진학해서도 보수당 청년위원회 소속으로 정치수업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갔다. 자신의 정치적 가치와 철학을 청년 시절에 같은 또래들과 토론하던 시절에 기반을 닦았다고 회고할 정도로 청년 시절 정당교육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됐다.
어려서 정치에 관심이 있어 입문하는 청년들은 그만큼 일찍 정치의 핵심인 정치적 가치와 철학,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개혁과 변화의 방법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같은 또래들과 주말토론과 여름캠프를 통해 함께 나눈다. 그들의 관심과 초점은 어떻게 성공하는 것에 있지 않고 사회, 국가 그리고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있게 된다. 그 현실적 방법을 찾기 위해 기초의회 정치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다. 레인펠트 총리도 테뷔컴뮨에서 정치적 데뷔를 거쳤다.
대부분 기성 정치인들도 이런 방법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사민당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올로프 팔메 전 총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귀족학교까지 다녔던 팔메는 사회적 차별과 빈부격차 문제에 눈을 뜨고 정치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세 때였다. 그의 정치적 갈증은 대학교 때 전국 총학생회장을 수행하면서까지도 해소되지 못했다. 미국 유학 시절 경험한 미국 남부지역에서의 빈부격차와 흑백 인종차별은 정치적 제도와 시장기능의 결함에 있다고 확신한 그는 스웨덴에 돌아오자마자 사민당 청년당원으로 등록해 정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훗날 회고록에서 사민당의 청년정치교육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더욱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적고 있다.
이런 정치적 갈증과 목마름은 청년 정치인들의 정치적 원동력이 된다. 이런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이 정당의 정치교육이다. 여름캠프는 전국에서 모여든 미래 정치인들이 정치적 꿈을 키우는 곳이다. 열흘 이상 지속되는 여름캠프 교육은 미래 정치인의 중요한 등용문이 된다. 여기서는 TV에서만 보아왔던 명망 있는 기성 정치인들이 강사로 초빙된다. 전 총리, 장관 그리고 국제적 명망이 있는 정치인들까지 강사로 초빙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들과 교감하고 체험하면서 잘 정제된 정치적 언어와 코드를 전수받게 된다.
뿌리 깊은 정치는 그렇게 배우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젊은이들 중에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정치 보좌관으로 들어가 정치적 가치와 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잔심부름부터 배워야 한다. 이성과 논리의 토론을 통해 정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을 위한 잔기술만 배우게 된다. 성공적 입문 과정을 통과해 눈도장이라도 받으려면 무조건적 복종을 통한 충성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배운 지식은 정치가 아닌 생존기술과 잔꾀일 뿐이다.
좋은 정치의 부재는 결국 좋은 정치인을 길러내는 제도와 절차,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 일찍 입문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아직 정치적 판단이 미숙한 나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현실과 정서상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치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 처방으로서의 정치적 충원 방법만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상처와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는 4류 정치인에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