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의 옛 명성, 다시 일으키겠다”

19년 만에 여성 시장이 나왔다. 경기도에서 여성 시장은 1995년 광명시장에 당선된 전재희 전 한나라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신계용(50·사진) 과천시장 당선자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선 것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당직자로 일한 지 만 19년이 지나서다.  

6월 11일 경기도 과천 그레이스호텔 당선자 사무실에서 만난 신 당선인은 “제가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여성 시장이에요?”라고 반문한 뒤 “제 개인 능력보다는 역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죠. 여성 시장을 뽑아주신 과천시민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 당선자는 싱글이다. 50대 초반 미혼 여성으로 ‘정치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20여 년 가까이 한나라당 당직자였고 경기도의원,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중앙당에서부터 27년간 그야말로 정치 외길을 걸어왔다. 한눈팔지 않고 한길만 살았다”며 “여성 국장을 하다 어느 날 비례 국회의원 자리를 얻으란 얘기도 들었지만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가면서 성장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그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당선인은 한나라당 여성국장, 도의원, 청와대 행정관 등 지방과 중앙 경험을 골고루 가지고 있지만 공천받기란 쉽지 않았다. 19대 총선서 안양시 만안에 공천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그는 “전략공천이 아니고 경선을 하라고 했다면 당연히 경선에서 졌을 것이고 이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략공천이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여성들이 정치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정치에 여성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략공천이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해서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에 여성 우선 공천 지역으로 서울 종로·서초·용산, 부산 중구, 대구 중구, 경기 과천·이천 등 7개 지역을 선정, 이 중 서울 서초, 부산 중구, 대구 중구, 경기 과천에서 당선됐다. 당선율 57%다.

과천이 새누리당 여성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된 뒤 지역 반발은 예상보다 거칠었다. 과천시장을 염두에 두고 지역에 갔던 지난 1월을 기억하며 “과천에 여성이 공천 받으리라곤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때였다”며 “지역에 내려간 지 2개월 만에 5㎏이 빠졌다. 마음고생을 좀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천에서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현재 과천은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상권이 많이 죽었다. 건물이 30년 이상으로 노후화됐고 녹물까지 나오는 상태”라며 “옛날 가문 좋았던 시댁의 맏며느리가 된 느낌이다. 제가 그 명성과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겠다”고 말했다.

선거 도중 과거 안양에서 3개 시 통합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에 대해 ‘신계용이 당선되면 과천을 안양으로 통합시킨다’ ‘신천지랑 관련 있다’ ‘연고도 경험도 없는 여성 공천은 과천 무시’ 등의 네거티브도 나왔지만 선거 말미에 갈수록 “최저점에 있다가 상승해 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과천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말은 맞다”며 “학연도 지연도 없고 정치적 부채도 없다. 정말 소신껏 아무 거리낌 없이 제대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 시의원 7명 중 6명이 여성이다. 가선거구에 문봉선(52·새누리당), 안영(43·무소속), 나선거구에 윤미현(40·새정치민주연합), 고금란(41·새누리당), 제갈임주(41·무소속), 비례에 새누리당 이수진(44) 후보가 당선됐다. 신 당선자는 시장 당선보다 이 사실이 더 기쁜듯했다. “모두 실력 있는 될 만한 분들”이라며 “제가 선거 기간 내내 ‘남성에서 여성으로 한번 바꿔달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여성 시의원들이 많이 나온 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신계용 당선자는…

1963년 경기도 안양 출생, 안양여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1987년부터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 중앙당 여성국장, 경기도의원, 경기도 여성특위 부위원장,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