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청 불허 방침에 "사랑이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 보여줄 터"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예정대로 열린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행정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신촌 연세로의 '퀴어퍼레이드'를 포함한 각종 퀴어행사를 오는 15일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3일 "서대문구청의 행사 장소 승인 취소와 관련해 논란이 있지만 축제는 예정대로 개최할 계획"이며 "한국의 성소수자는 물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의식있는 시민 참여를 통해 '사랑이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측은 먼저 오는 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일대에 모두 63개에 이르는 부스를 차려 각종 전시와 이벤트를 보여주고 개막무대에 축하공연을 올리기로 했다. 개막무대엔 '바람소리&소리로담근술', 'H&M', '아는언니들', '교회다니는여자들', '바나나캬라멜', 'H.D.T 시범단', '엘밴드', '낙시스', '2LP&하레', 'QcanD' 등이 올라 공연을 펼치고 최근 커밍아웃한 디자이너 김재웅씨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날 오후 5시30분에는 연세로를 출발해 1시간 동안 신촌 주변 2km를 한바퀴 도는 '퀴어퍼레이드'도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격인 이 퍼레이드에 대해 주최측은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기 위해 열리는 시가행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도 참여해 부스행사와 시가행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밖에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극장의 '퀴어영화제'를 중심으로 퀴어툰 전시회, 성소수자의 공적 공간 사용 불허에 대한 토론회,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등 각종 행사가 오는 15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개최해온 행사다. 올해 축제의 컨셉은 '아시아 프라이드 인 서울(Asia Pride in Seoul)'로 아시아 각국 성소수자 사이의 연대를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또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Love Conquers Hate)’는 슬로건은 전세계적 성소수자 인권 지지 캠페인 구호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서 "캠페인에 동참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서대문구청은 앞서 신촌 연세로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허가했다가 뒤늦게 번복해 반발을 샀다. 서대문구청은 당시 세월호 사고에 따른 '애도 분위기'를 이유로 들어 행사를 불허했지만, 행사를 허가한 시점 자체가 세월호 사고 이후였다는 점에서 느닷없는 말 바꾸기는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축제를 지지한다고 밝힌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은 지난 3일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참사 이전에 계획된 많은 축제가 취소된 것은 사실이고 대부분 납득할 만하지만 참사 이후에 장소 사용을 허가한 서대문구청이 소수자 인권을 공유하는 행사에 대한 장소 사용 승인을 일방적으로 번복한 것은 특정 종교세력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제기된 반대민원을 받아들이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