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 PD 정신혜(엄정화)와 AD 황현승(이재윤)의 사랑을 그린 영화 ‘관능의 법칙’. 이들은 능력있는 여성과 그를 따르는 남성의 연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연기해 냈다.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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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

노래 속 결혼관의 변화는 분명했지만, 무릇 역사 속의 변화란 늘 곧은길로만 가지는 않는 법이다. 서양 영화나 노래를 통해 ‘웨딩드레스’나 ‘아빠는 엄마만 좋아해’ 같은 노래가 1970년대 초에 인기를 모은 몇 년 후에도 이런 노래가 버젓이 대유행을 했다.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 접어 다져온 이 행복/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씻어온 나날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하수영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조운파 작사·임종수 작곡, 1976)

사실 이 노래는 ‘젖은 손’ ‘거칠어진 손마디’ 같은 리얼리티를 상당히 담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10년 이상 함께 산 남편이 갑자기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글쎄, 십중팔구는 남편이 엄청난 사고를 쳤거나, 심하게 아부할 일이 있는 경우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이런 노래가 하필 1970년대 후반에 나타났을까. 이 노래가 1960년대 이전에 나왔다면 별로 인기를 끌 수 없었을 것이라 보인다. 왜? 이런 아내의 삶은 칭송할 일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즉 1970년대에 이런 노래가 나왔다는 것은 이제 이렇게 전업주부 현모양처를 자신의 꿈으로 삼지 않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변화에 화들짝 놀란 다른 한편의 보수적 민심은 ‘현모양처가 얼마나 훌륭한 건데!’라며 일종의 반론과 아부를 겸한 노래를 내놓았고 적잖은 지지까지 받은 것이라 보인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15년이 지나면, 중년 대상의 노래에서조차 이런 노래가 나온다.

자 그녀에게 시간을 주자/ 저야 놀든 쉬든 잠자든 상관 말고/ 거울 볼 시간 시간을 주자/ 그녀에게도 시간은 필요하지/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부엌으로 가서 놀자 아하/ 그건 바로 내 사랑의 장점 그녀의 일을 나도 하는 건/ 필수 담당 아니겠어 그거야/ 자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어지나

                     김국환 ‘우리도 접시를 깨자’(양인자 작사·김희갑 작곡, 1992)

남편의 가사노동을 어쩌다 도와주는 것으로 보기는 하지만, 여하튼 1990년대 초에는 중년들이 좋아하는 가수까지 이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니 젊은이들의 결혼관은 더 변화한다. 나이 들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못마땅해 나이 차도 장가 안 가는 삼촌/ 조그만 게 뭘 안다고 그럴 만하니 그런 거야/ 결혼이라는 건 숙제가 아냐 좀 미뤄놨다고 혼나진 않아/ 가끔씩 외롭고 심심하긴 해도 무턱대고 할 순 없잖아/ 말은 그럴싸하지 핑계도 좋아 그 잘난 눈부터 낮춰/ 그럴 때 아냐 내가 어때서들 별꼴이야/ 맨날 저러고 있지 불쌍해 정말 저러니 짜증만 늘지/ 속 터져 정말 그냥 이렇게 살다 갈래/ (하략)

                이승환 ‘삼촌 장가 가요’(이승환·이지은 작사, 이승환·유희열 작곡, 2001)

이 노래가 남자의 노래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까지 여자의 목소리로는 감히 결혼을 망설이는 노래가 유행하기 이른 시점이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다시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나면, 성적 에너지를 팍팍 풍기는 걸그룹의 노래에서 이런 노래가 나오고 인기를 모은다. 기획자의 판단으로도 이런 노래가 인기를 모을 시기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상략) / 나는 남자 없이 잘 살아/ 그러니 자신이 없으면 내 곁에 오지를 마/ 나는 함부로 날 안 팔아/ 왜냐면 난/ I dont need a man I dont need a man (반복) / 나는 남자 없이 잘 살아/ 내 돈으로 방세 다 내/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옷도 사 입고/ 충분하진 않지만 만족할 줄 알아/ 그래서 난 나를 사랑해 (hey)/ (중략) / 내 힘으로 살게 딴 애처럼/ 부모님 잘 만나 남자 잘 만나/ 편하게 사는 거 관심이 없어/ 그래서 난 내가 떳떳해 (hey)/ Boy don't say/ 내가 너의 미래 나를 믿고 기대 No No/ Boy don't play/ 나를 존중할 게 아니면/ (하략)

                      미스에이 ‘남자 없이 잘 살아’(박진영 작사·작곡, 2012)

이 노래에서도 보이듯, 여자들이 연애와 결혼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기본 조건은 ‘경제력’이다. 이 노래만큼도 살 수 없는 여자들이 ‘취집’(생계 해결을 위한 결혼)을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 대중가요 속 결혼 양상의 변화 방향은, 나 같은 평론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하는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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