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복심’과 뚝심의 ‘잠룡’의 대결… 2% 미만 초접전
세월호 책임·측근 비리 놓고 공방
6·4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맞붙은 인천광역시장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 후보와 야당의 차세대 대권 주자인 송 후보의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천은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지역인 만큼, 여론이 세월호 여파로 인한 ‘정권 심판’과 ‘국정 안정’ 둘 중 어느 쪽으로 향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 후보는 인천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을 강조하는 반면, 송 후보는 ‘300만 경제수도 인천’을 완성해갈 ‘숙련된 시장’을 외치고 있다. 5월 30일 현재 송 후보가 지지율에서 소폭 앞서 있지만 오차 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고 부동층도 많아 아직 판세는 안갯속이다.
행정의 달인 vs 차기 대선 주자
유 후보는 23세던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전국 최연소 국장(36세·경기도 기획관), 전국 최연소 군수(37세·김포군수), 전국 최연소 구청장(38세·인천 서구청장), 전국 최연소 민선시장(41세·김포시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통해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다. 특히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청와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송 후보는 1984년 연세대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486세대 간판 정치인이다. 1984년 12월에는 민정당사 점거농성 사건으로 투옥되면서 군 면제를 받았다. 풀려난 뒤 1985년 인천 대우자동차 르망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시작, 1993년 사법시험 합격 뒤에도 인천에서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해 2000년 16대 총선 때 국회의원에 첫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다. 특히 2010년 야당 소속 수도권 광역단체장이 되면서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송 후보는 서민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옳다고 믿는 것에 굽히지 않는 ‘뚝심’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최대 쟁점, 부채 13조 해법
인천시장 선거전의 초점은 ‘재정난 해소’다.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의 빚은 지난해 말 현재 12조6588억원에 이른다. 두 후보 모두 “부채 해결에 자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 후보는 5월 27일 TV 토론에서 “인천시의 부채가 현재 13조원으로 4인가족 기준 가구당 2000만원에 육박하는데 (송 후보가) 부채 문제를 극복했다고 말하는 건 시민을 속이는 일”이라며 부채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무개선단 신설 △투자유치단과 규제개선단 설치 △기존 사업 원점 재검토 △국비 확보팀이 신규 세원 발굴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확보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송 후보는 “지난 2010년 시장직을 넘겨받을 당시 실질 부채는 11조7000억원이었다. 4년 동안 하루 10억원이 넘는 빚을 갚아왔고,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GCF(녹색기후기금) 등을 유치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반박했다. 송 후보는 △취득세 등 세수 증가 3000억원 △분양·토지매각 2조6464억원 등 수입 확대 △세출 3% 구조조정 960억원 등을 통해 2018년까지 시 부채를 6조원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임기 내 일자리 30만 개, 투자유치 20조원 계획도 내놨다.
두 후보가 제시한 여성공약은 일자리와 돌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 후보는 맡기는 부모도, 맡는 선생님도 만족할 수 있는 △인천형 어린이집 △온종일 돌봄교실 서비스를 제안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을 돕는 △여성일자리 만들기 본부 설립 △권역별 공공직업 훈련기관 건립을 약속했다.
송 후보는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한 인천’을 내세우며 △다양한 안전정보 제공 및 안전한 도시 환경 조성 △여성전문 심리상담사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365일 24시간 온종일 아이 돌봄제 실시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인천시장 정책 대결은 서울시 출퇴근을 포함한 교통대책과 안전 문제로 모아진다. 유 후보는 경부고속철도와 수인선을 연결해 인천발 KTX 노선을 운행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철도교통에서 소외돼 있는 인천 시민들의 시간과 비용 손실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송 후보도 ‘시민 출퇴근 시간 30분 단축’ 공약으로 도시철도망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철도 1호선 급행열차를 도입하고 도시철도 2호선은 서울과 KTX역까지 연장, 대중 교통수단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천이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 피해 지역인 만큼 사고 여파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송 후보는 안 후보가 전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다는 점을 집중 공략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다. ‘세월호’가 유 후보의 약점이라면 송 후보는 측근 비리가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5월 20일 송 후보 측근으로 알려진 서해동 전 평가조정담당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기각됐다. 이에 유 후보는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이라는 무거운 혐의는 그대로”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