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정책 연도별 추진 계획표 제시하며 실천 강조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 시절, 당 대표 여성 공천 확대 요구엔 난색
“살림을 꼼꼼하게 하는 여성들처럼 여성에게 배우는 자세로 경기도정도 가계부를 쓰듯 촘촘하게 하겠다.”
5월 23일 여성신문과 만난 새누리당 남경필(49) 경기도지사 후보는 공약 가계부를 내놓으며 “도지사는 사실 예산이 많지 않다. 꼼꼼한 예산으로 살지 않으면 도정도 어려워지니까 가계부를 쓰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여성 유권자의 가장 큰 고민으로 ‘안전’ ‘일자리’ ‘교육’을 꼽은 뒤 “경제활동을 원하는 여성은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는 보육과 교육에 대한 우려가 있고, 갈수록 흉포해지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 직장 내 차별, 노인 빈곤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성들의 시간제 일자리, 창업지원, 출산·육아 시 대체인력뱅크 등을 약속했다.
엄마가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할 수 있도록 ‘10 to 4’ 시간제 일자리를 마련, 직접 원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여성 창업지원 플랫폼 ‘꿈마루’를 확대 운영, 4050대 여성의 취업 성공을 위해 지원 제도도 마련할 방침이다.
그는 이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 관련 예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예산의 0.4%밖에 안 되는 여성정책 예산을 임기 내 1%까지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장애인 의무고용 가운데 50%를 여성 장애인으로 할당, 학원 밀집 지역에 키즈존을 지정해 스쿨버스 승하차 보호기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남 후보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정책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도지사 주재 컨트롤타워 ‘총괄조정회의’ 신설 및 정례화 △재난 발생 시 5분 이내 재난 전문가 현장 출동 △공무원, 안전 관련 기관, 전문가, 학생 등의 재난안전 훈련 △경기도민의 재난 대응 능력 제고 △빅데이터를 통한 재난안전센터 설치 공약 등을 내놨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 내려가느라 당내 경선 토론회도 불참, 진도 팽목항에서 보낸 12일 동안 보고 느낀 경험을 통해 만들어낸 정책이다.
여성관에 있어선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 차별적인 문화가 바뀌어야 여성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가능하다”며 “본인은 1987년 민주화 세례를 받은 486세대로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진보적인 여성관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전임 김문수 지사의 ‘춘향이’ 발언이나 소녀시대 ‘쭉쭉빵빵’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데 대해 “양성평등 문제는 몸에 체화된 사람”이라며 “나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여성인권 문제나 여성지위 문제는 내가 학교 다닐 때부터 체득한 부분이다. 여성정책에 대한 문제는 전향적으로 잘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4개 여성단체가 제안한 여성정책에 대해선 4년 임기 동안 연도별 추진 계획을 항목별로 발표했다. 여성정책 예산 1% 확보는 4년 내, 경기여성재단은 2년 내, 성평등조정위원회의 성주류화 추진위원회 확대는 1년 내 등 목표 일정을 정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지사 당선 시 고위직 여성 기용 여부에 대해선 “인력 상황이 가능하다면 고위직에 최소한 50%를 여성으로 충원하고 싶다”며 “모든 직급에서 승진 인사를 낼 때 동일한 능력이나 조건을 겸비한 경우 여성 우선 승진제도를 채택하겠다. 경기도부터 ‘유리천장’을 깨는 모범 사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10년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 시절 정몽준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남녀동수법 여성연대와 만나 여성 공천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누구를 잘라내야 여성을 넣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일이 있다. 인재 영입에 있어서도 기초 비례후보에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거 영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경기도에선 걸림돌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외모나 이미지가 통상적인 도지사나 정치 지도자의 모습과 차이가 있어 듬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그렇다고 과거 관료 냄새가 물씬 나는 가부장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기는 싫다. 친구 같은 도지사, 민주주의적 도지사, 군림보다 소통하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소통하는 40대 젊고 개혁적인 도지사가 될지 그가 제출한 공약 가계부를 함께 살펴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