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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 귀한 참회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절규하는 가족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원인을 놓고 제각각 의견이 분분하지만 안전불감증과 인명경시 풍조의 만연, 그리고 원칙과 책임감의 실종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그렇다면 4월 16일 이후 우리의 생활안전은 어떻게 변했을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얼마 전 택시를 타 보았다. ‘운전문화가 많이 바뀌었겠지’ 기대하다 금방 실망으로 바뀌었다. 택시에 앉아 있는 30분 동안 운전기사가 1분에 한 번꼴로 아무렇지 않게 교통 규칙을 위반하는 모습을 본다. 실선 차선 변경, 적색 신호등 통과, 신호등 대기 중인 다른 차량 맨 앞 끼어들기 후 직진, 정류장 승하차 버스를 추월하기 위한 중앙선 침범 역주행, 고속주행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내릴 때 운전기사가 인사를 한다. “손님, 오늘 안전한 하루 되세요.”

거리는 차량 운전자, 오토바이 운전자, 보행자, 자전거 타는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학습 장소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도로의 준법 정신은 실종된 듯하다. 오토바이는 적색 신호등을 당연히 통과해도 되는 신호쯤으로 여긴다. 횡단보도 위에서도 보행자 사이사이로 곡예운전을 해 빠져나간다. 보행자와 자전거 탄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빨간 건널목 신호등에 주위를 살피며 몰래 건넌다. 길을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이 어른들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서 한다. 교통법규라는 거리 매뉴얼은 있지만 제대로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안전불감증은 눈만 돌리면 목격할 수 있다. 절단기로 고음을 내면서 작업하는 인부들이 안전헬멧, 귀마개, 눈 보호 안경, 안전작업복 등을 착용하는 모습은 아예 보질 못했다. 길거리에서 소음을 내도, 뿌연 먼지를 내면서 작업을 해도 가림막 하나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땐 멀리 피해가는 것이 상책일 뿐이다. 작업을 내보낸 회사에는 분명 안전과 보행자 보호라는 매뉴얼은 있을 것이다.

대기업은 건설노동자의 안전보다 무리한 공기를 초과달성하기 위해 안전 절차와 규칙을 무시하며 공사를 진행한다. 잠깐의 방심이 대형 사고를 만들어낸다. 얼마 전 대기업 공장에서 인체 유해가스가 누출이 됐으나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보다도 기업 이미지와 질책이 두려워 은폐하기에 급급하다가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중소기업은 노동자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보다 납품일과 생산가 낮추기에 더 신경을 쓴다. 사업장에서의 안전 매뉴얼이 있지만 먼지만 쌓여 있을 뿐이다.

음식점, 가정 등에 널려 있는 가스통들도 언제 폭발할지 몰라 불안하다. 검사를 형식적으로 하고 당연히 교체해야 할 부품을 제때 하지 않아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철’이 되어버린 지하철도 타기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모든 가족이 아침에 집을 나서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불안하다. 당연히 와야 할 사람이 시간 내에 안 오면 사고 걱정부터 하게 된다.

빠른 것이 미덕인 사회가 되다 보니 중요한 것을 잊고 산 것이 아닐까? 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 최고의 빠른 성장과 민주화를 일궈냈다. 하지만 빠른 물질적 성장으로 고귀한 생명존중과 타인에 대한 배려의 문화가 실종됐다. 인명경시 풍조로 이어졌고 뒤에 처진 사람들을 패배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상대적 우월감은 어느새 우리의 삶의 가치가 되어 버렸다.

세월호 침몰일은 우리나라 제2의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이 국가의 개혁 필요성을 절감한 적이 있을까?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3류 국가로 전락할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다. 행정개혁, 정치개혁, 경제개혁만큼이나 우리 스스로의 개혁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배려의 문화, 상대방 존중의 문화, 그리고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만이 2014년 4월 16일의 아픔이 우리나라를 새롭게 탄생시킨 중요한 역사적 날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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