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본질에 대한 물음…‘사랑에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여우주연상 수상한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연기 탁월

 

사진=퇴근 후 엘리베이터에 탄 테오도로의 모습. 사람들이 귀에 무언가를 꽂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함께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한 순간. /사진 제공=UPI코리아.
사진=퇴근 후 엘리베이터에 탄 테오도로의 모습. 사람들이 귀에 무언가를 꽂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함께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한 순간. /사진 제공=UPI코리아.

상처받은 이들은 아무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 영화 ‘그녀(Her)’ 속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도 그랬다. 갈등이 두려웠던 그는 진짜 사람 대신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와 사랑에 빠진다. 

테오도르는 대필 작가다. ‘아름다운 손편지 닷컴’에 다니며 타인의 사연을 담아 심금을 울리는 편지를 쓴다. 정작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지 못했다. 결국 오해가 쌓여 아내 캐서린(루니 마라 분)과는 이혼 절차를 밟는 중이다. 서로 모든 것을 공유했던 사람과의 이별 뒤 그는 자신을 비롯한 모든 것에 무관심해졌다.

사만다는 ‘직관’을 가지고 있는 최첨단 인공 지능 운영 체제다. 그녀는 ‘당신을 이해하며, 당신을 알아주는 시스템’이라고 광고된다. 자신을 구매한 테오도르의 일을 도와주며 그의 상처를 보듬는다. 인간의 몸을 갖고 싶어 열망하고 몸을 가진 여자를 질투하는 등 감정도 지녔다. 감정을 날 것으로 내보이는 것 같은 농도 깊은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이 목소리 연기로 로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편 사랑에 빠진 남녀는 인간의 감정을 배운다. 운영 체제인 사만다는 처음부터 배운다. 인간 테오도르는 관계에 대한 환멸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음을 습득한다. 그는 상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자 보류했던 이혼 서류에 서명하기 위해 전 부인 캐서린을 만난다. 그는 운영체제 애인의 존재를 고백한다. 캐서린은 테오도르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순종하기를 원했다며 안성맞춤인 애인이라 몰아세운다. 테오도르는 캐서린을 깊이 사랑했었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해야 알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영화 속 색깔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테오도르는 주로 주황색 셔츠, 이 색이 들어간 줄무늬 셔츠 두 벌을 입는다. 건물에 장식된 조명도 주황색이다. 일반적으로 이 색깔은 따뜻함, 활발함, 유쾌함 등을 의미한다. 온통 회색 투성이의 도시 배경에 주황색만이 대비된다. 겉보기에 건조함으로 점철된 곳이지만 인간의 감정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아무에게도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는 풍조가 가득한 불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큰 영화다. 상처 입을까 두려워 쉽게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취업에 바빠서, 승진에 목말라서,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등 각자 이유도 많다. 자기 몫 하나 건사하기 힘든 게 공통점이 아닐까. 타인과의 교류 후 몰려오는 허망함, 환멸의 상처가 두려워 사랑은커녕 우애도 쌓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적당히 흥미롭게 해주되 상처 주지는 않을 스마트폰만 하루종일 쳐다보고 산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세상의 접근을 차단한 채.

어쩌면 사람들은 사랑만 받고 상처는 입지 않으려고 먼저 날을 세우는 편을 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자신만의 동굴에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만의 동굴에서 나와야 한다. 상대가 나를 오롯이 받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소리 내어 말해야 한다. 수백 번 상처 받을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오해받고 상처 입은 채 서로를 원망하며 원치 않는 고독에 잠기게 될 테니까.

22일 개봉. 126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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