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카우트 정신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맥가이버일지도 모른다. 주변에 잡히는 걸로 뭐든지 만들어서 상황을 해결하는, 그렇지만 절대로 총으로 상징되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나이, 그가 맥가이버였다.

그가 자신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지식을 보이스카우트에서 익혔다는 오프닝 내레이션이 흐를 때, 어린 시절의 나는 짜릿짜릿한 느낌을 가졌었다. 그런 보이스카우트 정신의 한가운데에는 ‘아이 먼저, 여성 먼저’, 그런 게 흐른다.

내가 공부를 시작한 후 오랫동안 타이타닉 침몰 현장에서 관철됐다고 하는 이 특수한 정신에 젠더적 권력 관계가 흐른다고 생각했다. 왜 여성이 먼저 구조돼야 하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 그런 질문을 종종 했다. 좀 더 역사적으로 올라가면 중세시대의 농노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말을 탄 귀족, 기사도 정신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자본주의를 잉태시킨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비로소 등장하게 된 하얀 셔츠를 입은 상인들을 해적과 군인들과 대비시킨 젠틀맨십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형성된 엘리트 남성들의 세계관, 이것이 당연히 결정 권한을 가진 위급 시의 행동 코드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나 이게 언제까지 유효해야 할 것인가, 그런 미래에 대한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의 이 거대한 참사에서 ‘아이 먼저, 여성 먼저’, 이 간단한 위급 시 행동 코드는 아주 우스운 것이 됐다. 배라는 고립된 특수 시스템의 위계질서대로, 그리고 비밀 사항을 취급할 수 있는 서열대로 그렇게 엘리트들이 먼저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 특수하고도 비밀스러운 배 안의 결정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여성이든 학생이든, 그야말로 공평하게 알아서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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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최소한 어린이나 학생을 먼저 배려해야 하고 여성들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는 남성 위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지켜졌던 그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는 진도 앞바다에서는 완전히 무시됐다. 일순 우리는 양반들이 하인들이 메는 가마를 타고 지리산 관광을 떠나던 20세기 초, 그 구한말의 중세적 신분사회로 다시 돌아갔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에 대한 테제는 이제 너무 많이 거론돼 새삼 한국 사회를 지칭할 때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그렇지만 그가 했던 말 중에서 가장 가슴을 치고 가는 말은 경제적 권력과 개개인의 위험도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부자일수록 덜 위험에 노출되고 가난할수록 더 노출된다는 사실, 기계적으로 매 건에서 그걸 관찰하기는 어렵다. 설마? 그런데 “강남 학교였으면 이렇게 두었겠느냐”는 어느 학부형의 외침은 이 건을 보는 기층의 정서가 됐다.

만약 이 학생들 중에 국회의원, 그것도 새나라당 국회의원 자녀가 단 한 명이라도 끼어 있었다면 사태가 이렇게 됐을까, 그렇게 한 번 질문해보자. 헐, 혀를 차지 않을 수가 없다.

경제적 권력과 위험이 관련된 한국의 기형적 모습,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보았으면 한다. 베르히만의 영화 ‘제7의 봉인’(1957)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테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가 우리에게 환기시킨 것, 위험은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이고 경제적 권력과 관계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 사회,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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