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의 일부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겨줘야 했던 우크라이나,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세력 간의 살생과 보복이 진행된 지 1년이 넘은 시리아, ‘아랍의 봄’으로 명명된 북아프리카 민주화의 대미를 장식했던 나라로 대통령을 강제로 하야시키고 군부가 전면에 나서자 양 진영의 지지세력 간 폭력과 유혈사태로 국가경제 수입인 관광산업이 완전히 망가진 이집트, 지진으로 초토화돼 전 세계에서 경제 지원이 답지했으나 아직도 기아와 질병, 범죄, 실업과 주택 부족으로 총체적 국가 실패의 산실인 카리브해 국가 타이티.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낮은 정부의 질이고, 둘은 고통받는 국민이다. 이 연구 분야에 많은 세계적 석학들도 참여하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스웨덴의 보 로스타인 교수다. 로스타인 교수는 국가의 발전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국가 최고 통치권자의 능력보다도 행정의 질과 관료의 질에 있다.

선거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더라도 헌법이 보장한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통치를 하고 권력을 내려놓게 돼 있다. 하지만 관료제도하에서 국가의 녹을 받아먹고 사는 관료들은 정년이 보장돼 있어 정권과 관계없이 살아남는다.

비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관료들의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독재체제하에서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권력관료들은 대개 호의호식한다. 그들의 자녀들은 해외에 달러를 빼돌리고,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외국으로 망명하기도 한다. 위에서 예를 든 실패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공직자들의 무능과 국민의 불신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실패한 국가의 대가는 고스란히 고통받는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

프랑스혁명도 실패한 국가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여기에도 방만하게 운영됐던 전쟁자금 관리창고가 텅텅 비게 되자 과도하게 세금을 거둬들여 국민의 원성을 산 부패한 관료가 그 시발점에 있다. 신뢰를 잃은 관료와 정권은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는 원칙은 최근 실패한 국가들의 예를 통해 확인된다. 관료제도와 공무원의 신뢰는 국가정권의 신뢰, 그리고 국민 개인 간의 신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질은 곧 신뢰의 기반 위에 있어야 제대로 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정부에 들어와 일할 때 사사건건 반대하는 고위 관료들을 보고 대통령보다 힘이 센 사람들이라고 했을까? 1970년대 영국의 사회개혁을 이끌었던 대처 총리도 관료 개혁은 개혁의 시작이자 종착지라고 할 정도로 관료들의 뿌리 깊은 비효율성에 대해 질타한 적이 있다. 정권의 성공은 관료 조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스타인 교수는 국민행복도, 만족도, 삶의 질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 중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관료의 투명성과 청렴성, 그리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든다. 그만큼 국가의 성공과 실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부의 질, 관료의 질, 그리고 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박근혜정부도 규제 개혁에 정권의 사활을 걸었다 할 정도로 열심히 챙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앙관료, 지방관료 그리고 일선에서 일하는 행정서비스 공무원들의 변화 없이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3년 정도만 더 견디면 그들은 또 다른 대통령을 맞는다. 어떻게 이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재미 있고 열정적으로 일하게 만드느냐가 실패한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는 중요한 요소다. 이 기회에 새롭게 선발할 공무원들의 선발제도, 연수 과정, 그리고 공무원 조직제도까지 손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미래 국가의 성공과 실패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관료제도의 경쟁력과 국민의 신뢰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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