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딸들의 희망이 되다

“여성 인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여성이 남성과 함께 책임의 축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딸들에게 많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참여정부 후반기를 이끌어갈 제37대 국무총리로 지명되자 여성계는 환호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의 탄생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한 의원은 “지금까지 남성 중심적 수직적 리더십보다는 수평적 여성 리더십을 발휘해 일 잘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2006. 4. 07. 872호)  

여성 국무총리 탄생은 2006년 여성계 최대의 사건이다. 그는 8년이 지난 2014년 현재까지 헌정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대한민국 여성 국무총리로 남아있다. 그는 초대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16·17대 국회의원 등을 지내며 2004년 총리 인사 때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여성신문은 그의 총리 지명에 앞서 ‘여성총리는 시대적 요구다’(2006. 3. 31. 871호) 기사를 통해 여성 총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04년에는 탄핵정국의 후유증 해법으로 여성 총리를 제시하고(2004. 5. 28. 779호) 그해 6월 한 의원이 유력 총리 후보로 거론되다 무산되자 ‘여성 총리 꿈 아쉽다’는 기사(2004. 6. 18. 782호)를 내보내는 등 줄곧 그의 총리 지명을 피력해 왔다. 

본지는 그의 총리 취임 이후 커리어다음과 함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새 총리가 꼭 해야 할 일들’ 설문조사를 실시, 보육시설 확충과 소득 양극화 해소 등의 국정 과제를 제시하며 여성 총리에 대한 국민 기대감을 높였다.(2006. 5. 19. 878호) 또 “경제활동이 늘고 있는 중년 여성의 근로 복지에 신경써달라”(주부 유영옥·경기 고양) “5․31 지방선거를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길 바란다”(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문화관광부 내 여성문화정책을 담당하는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이혜경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각계각층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줬다. 일부 언론에서 그를 빗대 ‘얼굴 마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구시대적 표현이 유통되고 있다. 얼굴마담은 유엔에서도 금지된 성차별 용어”라며 일침을 가했다. (2006. 8. 11. 889호) 

본지는 한 총리가 4월 20일 취임해 이듬해 3월 6일까지 10개월간의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유럽 순방,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 나눔의 집 방문, 미국 잡지 ‘마리 끌레르’ 세계 여성리더 7인 선정, 평택 주한미군기지 주민 평화적 이주 합의 등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우리 사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여성을 꼽는 제1회 ‘올해의 인물’로 그를 선정하기도 했다.(2006. 12. 29. 909호) 

전문가와 여성계는 그에게 사회 갈등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북핵문제, 대통령 지지율 하락, 중진급 의원 집단 탈당 등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 정부 국회 간 대립이 적었고 당·청간 이견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김화중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여성분야뿐 아니라 국방·안보·외교 등 전 분야를 통틀어 조정하고 주도 및 보완하는 역할을 남성총리 못지않게 잘 수행했다”고 평했다.(2007. 3. 9. 919호) 

그는 이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민주통합당 초대 당대표 등을 거쳐 19대 국회의원(상임위 환경노동위원회)으로 국회 지속가능발전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발한 의정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