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노믹스 창안자’ 마쓰이 골드만삭스 아시아조사분석부 공동대표
여성 경력단절의 진짜 이유는 ‘유리천장’ 때문
“한국,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끌어올리면 GDP 6% 상승할 것”
가족친화인증기업 입사경쟁률 100대1에서 1000대1로
“한국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2025년에는 한국의 GDP(국내총생산)가 6%가량 상승할 것이다.”
‘위미노믹스’의 창안자이자 일본의 최고 주식분석가인 캐시 마쓰이 골드만삭스 아시아조사분석부 공동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지난 3월 28일 골드만삭스와 아산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위미노믹스 콘퍼런스’에 참석해 여성 경제참여의 중요성과 이들을 위한 지원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위미노믹스는 마쓰이 대표가 1999년 창안했다. 여성(women)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 증가와 경력단절 방지를 통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이론이다.
마쓰이 대표는 우선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자의로 인한 퇴사보다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떠밀리고 있다고 보았다.
“미국에서 일본, 독일, 미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경력단절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독일과 미국은 육아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반면 일본 여성들은 ‘유리천장’을 꼽았습니다. 이처럼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는 주된 이유는 육아 등 외부적인 이유보다 업무 자체에 대한 불만족, 유리천장, 불평등한 승진 기회, 성별 임금격차 등 회사 내부와 정책적인 요인이 더 큽니다.”
그러면서 마쓰이 대표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고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부족한 보육시설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와 성별 임금격차 해소, 기혼 여성에 대한 세제 재편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민정책의 개혁도 예방책으로 함께 제시하며 자신의 경험도 털어놨다.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전 캘리포니아 출신이고, 남편은 독일 출신이라 주변에 아이들을 돌봐줄 친척이 없었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보모가 없었다면 여기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 정부는 가사나 육아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이민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요.”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를 중심으로 위미노믹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마쓰이 대표는 “여성의 경제참여 활성화에 비관적이던 일본이 정책적으로 위미노믹스를 채택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아직 일본 정부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성평등 지표를 공개하면 어떤 분야가 취약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마쓰이 대표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며 2008년부터 시행해 온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의 성과를 소개했다. 조 장관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입사 면접에서 한 구직자가 가족친화 인증은 회사 수익성뿐 아니라 직원의 미래도 걱정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가족친화 인증 전에 100 대 1이었던 입사 경쟁률이 인증 뒤에는 1000 대 1로 높아졌다”며 “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1의 한강의 기적이 남성의 손과 여성의 희생으로 이뤄냈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은 분명 여성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