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노모 소령 집행유예 선고… 사건 진상 알리기 위해 마련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추모제에 참석, 시위 팻말을 들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추모제에 참석, 시위 팻말을 들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저는 명예가 중요한 이 나라의 장교입니다. 임관부터 지금까지 제 임무를 가벼이 대한 적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정의가 있다면 저를 명예로이 해주십시오.” (고 오혜란 대위 유서 중)

직속 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자살한 오혜란 대위의 추모제가 3월 24일 오후 7시 청계광장 옆 서울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열렸다.

추모제는 지난 3월 20일 2군단 보통군사법원이 가해자로 지목된 노모(36) 소령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오 대위를 위로하고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고인의 영정 앞에는 헌화와 초가 놓였다. 여군사관 졸업사진 속 오 대위는 태극기 옆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굳은 표정이었지만 결의를 다진 듯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유가족들의 눈물 훔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군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민주당 김상희·남윤인순·배재정·진성준 의원,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 소령의 집행유예 선고는 오 대위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분노의 대열에 동참했다. 

오 대위의 법률대리인인 강석민 변호사는 추모제에 앞서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가해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 필히 실형이 선고돼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정부가 성폭력을 척결해야 될 4대악으로 규정했으면서 왜 여기에는 ‘군 성폭력’은 빠져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며 “군대가 그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고 오혜란 대위 영정 앞에 헌화와 초가 놓여져 있다.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free prescription cards cialis coupons and discounts coupon for cialis
고 오혜란 대위 영정 앞에 헌화와 초가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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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상희 의원은 “이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대학을 나와서 군인이 된 오 대위가 어처구니없이 상관에게 모욕, 성추행, 가혹행위를 당하고 꽃다운 나이에 자살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씩씩하게 나선 여성을 대한민국이 지켜주질 못했다. 대한민국이 오히려 죽음으로 가게 했다. 너무 죄송하다”며 “집행유예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군에서 어떻게 노 소령이 집행유예를 받게 됐는지 과정을 파헤쳐야 한다. 노 소령 측이 제출한 허위 출입기록의 작성 경위 등을 수사해야 한다”며 오 대위의 명복을 빌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은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군기 위반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힌 국방부가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릴 거라고 믿었는데 무척 당혹스럽다”면서 “민주주의 역사가 진전되면서 군의 인권 실태가 개선돼온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은 사회적 감시가 소홀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인권 실태가 재조명되고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군 성군기 사고를 오 대위가 죽음으로써 알렸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룬 군 법원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군이 오 대위를 ‘타살’로 몰고 간 것이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덮고 가서는 절대 안 된다. 군대 안에서의 성폭력 문제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피우진 예비역 중령은 “여성 대통령 시대, 육군3사관학교에서도 여생도를 선발하고 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하고 있다. 개방의 근거에는 여군이 우수한 인재라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방부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하루빨리 순직을 결정하셔서 오 대위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민 발언에 선 이현희(51·안보강사)씨는 “군이 편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안보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올해 각종 병과가 여군에게 개방됐지만 대한민국에서 여군이 자유로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딸을 가진 엄마로서 자랑스럽게 안보강의를 할 수 있도록, 오 대위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보미(23·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씨는 “(군 인권)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 먼 것 같다. 군은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후 8시 30분 길거리밴드는 ‘또 하나의 약속’을 부르며 추모제의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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