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지역구 여성 30% 공천’ 약속 지키면
‘양성평등의 나비 효과’ 일어날 것

올해 제58차를 맞은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가 지난 3월 10일부터 21일까지 뉴욕 유엔 본부에서 개최됐다. 매년 CSW에 참가해 ‘대응 이벤트’(parallel event)를 진행해 온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세계여성단체협의회(ICW)와 함께 3월 13일 유엔 처치센터에서 ‘아태지역의 양성평등과 여성의 역량강화를 주제로 NGO 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에는 ICW 코지마 센크 회장을 포함한 150여 명의 국제 여성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필자는 이 포럼에 초대받아 ‘양성평등을 위한 대장정: 나비효과를 기대하며’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발제의 핵심 내용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민주주의의 완성이며, 사회개혁을 위한 필수요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가시밭길이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정치세력화를 위한 대장정(Long March)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작은 사건 하나가 예상치 않은 엄청난 사회변화를 가져오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치 아마존 숲속 나비 한 마리의 하찮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엄청난 해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어디를 변화시켜야 이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다. 어느 사회든 성평등 사회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구조적 장벽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성숙하지 못한 정치문화다. 사회 곳곳에 여성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제도와 법이 존재한다.

현실 정치 영역에서 자금과 조직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인 여성의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것은 뒤틀리고 왜곡된 선거제도, 특히 공천제도에 있다. 새누리당은 6·4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지난 17일 밤 현재 서울 종로, 서초 등 전국 7곳을 선정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지역 남성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240여 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에도 못 미치는 지역에 여성을 추천하려고 해도 저 난리인데 어떻게 광역 및 기초의회 지역구 선거에 실질적인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이뤄지겠는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김한길(왼쪽), 안철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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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김한길(왼쪽), 안철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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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16일 신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통해 야권 통합신당의 명칭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확정했다. 다만 약칭은 민주를 빼고 ‘새정치연합’(새정연)으로 결정했다. 그동안 야권에서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던 ‘민주’라는 단어가 어느 새 그다지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새정연은 이달 창당을 목표로 당의 정체성을 담보할 정강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측이 민주당에 제시한 정강·정책 초안에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을 존중·승계한다’는 내용이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논란이 불거졌다.

당장 민주당 측에서는 ‘탈DJ’ ‘노무현 흔적 지우기’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논쟁을 피하려고 좋은 역사, 업적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안철수 위원장이 “역사 인식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혀 일단락됐다. 새정연에서 정강정책을 둘러싼 이번 충돌은 시작에 불과하다. 재벌개혁, 복지논쟁, 안보영역 등에서 두 진영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안 위원장 자신이 “안보는 보수이고 경제는 진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기존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채택돼 있는 ‘지역구 여성 30% 공천 의무화’ 부분이다. 만약 새정연이 정강정책 조율 과정에서 이 부분을 삭제하거나 축소하면 새 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통합신당은 “새 정치는 약속의 실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새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새정연이 ‘지역구 여성 30% 공천’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염원했던 ‘양성평등의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혁명적인 것이다.

정치권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통한 양성평등 사회 실현은 오직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공공재(public goods)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새 정치를 실현시키는 마중물과도 같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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