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살리는 여성친화형 마을기업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일군 ‘마을기업’이 공동체 복원과 지역 활성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들의 참여도 높아 여성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고 있다.

서울 도봉구의 마을기업 ‘목화송이’는 건강 생리대, 장바구니, 에코백 등 친환경 바느질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한살림 서울북부지부 회원들의 친환경 바느질 제품 만들기 모임에서 시작해 지금은 10여 명이 함께 일하는 마을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11년 도봉구 마을기업 1호로 지정되면서 환경보호와 여성 건강뿐 아니라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협동조합형 마을기업으로 안착했다.

‘햇빛공방’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시작해 지난해 마을기업이 된 사례다. 햇빛공방은 9명 엄마들이 공동출자를 통해 공간을 마련해 현재는 아이들을 위한 창작품 만들기부터 창작품 만들기 교육사업, 티셔츠·앞치마 등을 생산,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 일신동에 있는 ‘카페 외할머니’는 60~70대 노인들과 경력단절 여성들이 일하는 마을기업이다. 2012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은 후 지역 내 노인들에게는 일자리를, 마을 주민들에게는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교회에서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할머니들이 전문 바리스타 못지않은 솜씨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만들어 내놓는다. 올해는 한화B&B 지원을 받아 차를 개조해 이동식 카페도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기업은 5인 이상의 주민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수익 사업을 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마을 주민 출자가 총 사업비의 10% 이상이며, 출자자의 70% 이상이 해당 지역 주민이어야 한다. 지역 상권과 충돌하지 않아야 하며, 출자한 주민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것도 특징이다.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면, 2년간 최대 8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추가로 2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마다 사업비와 공간임대보증금, 컨설팅 등 지원을 늘리면서 앞서 소개한 ‘목화송이’나 ‘카페 외할머니’ 같은 스타 마을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마을기업은 협동조합과도 많이 비교된다. 이들 조직이 구분되는 점은 지역성이다. 협동조합과는 달리 반드시 지역 주민이 참여해야 하고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그러나 마을기업이면서 협동조합 형태를 띠는 사업체도 상당하다.

특히 마을기업의 여성 참여가 두드러진다. 서울연구원의 ‘서울형 마을기업을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연구’에 따르면 마을기업 종사자의 71.3%는 여성이고, 마을기업 대표자도 여성이 48.8%로 나타나 일반 기업에 비해 여성들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안심협동조합 마을기업, 리폼맘스, 평화가 익는 부엌 보리와 밀, 푸드 인 마더쿠키, 송광 이읍 친환경 된장마을, 하남 양떡메 마을기업 등 8곳 모두 여성을 고용하거나 여성이 대표인 여성친화적인 마을기업이었다. 

마을기업의 설립 목적은 이윤 추구보다는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가깝다.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설립 시기까지로 국한돼 있는 주요 지원을 설립 이후 안정기까지로 연장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성가족부 용역으로 발표된 ‘여성친화적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통한 여성일자리 창출방안 연구’에서 지속가능한 마을기업으로 성장해 마을공동체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취약한 자본 구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인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는 “마을기업은 대도시에서는 건강한 먹거리와 이야기의 공간을 제공해주며, 농촌에서는 마을의 부가적인 소득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 과정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사회참여와 소득 증대가 이뤄지기도 한다”며 “그러나 자본 구조가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도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