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0회 한국여성대회
‘점프, 뛰어올라 희망을 찾자!’ 291개 단체 한 자리에
김금옥·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국여성대회를 연지 30주년을 맞았다”며 “민주주의 회복과 여성들의 노동권, 인권이 보장되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연대하고 소통하겠다”는 말로 기념식 시작을 알렸다.
이날 한국여성대회에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3·8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여성들의 많은 노력으로 이 사회를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빈곤과 폭력에 시달리고 권력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오늘(3·8 세계 여성의 날)을 만들어냈듯 다시 희망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위치를 찾고, 여성 경력단절을 없애는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직도 여성들은 억압과 차별, 소외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며 “서울시는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남부연 한국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최근 국민에게 충격을 준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을 언급하며 “그들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권력과 물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가난한 여성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점프를 통해 여성이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평등사회를, 소통과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사회를 만들자”고 외쳤다.
이날 기념식에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신당 창당을 선언한 후 첫 동반 나들이였다.
김 대표는 “여성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 국가 모두 행복할 수 없다”며 “여성이 행복한 사회, 다같이 행복한 양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데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치, 여성과 함께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도 “여성이 편한 사회는 모두가 편한 사회이며,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는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라며 “여성의 지위가 제대로 설 때 그 사회의 품격을 나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심히 해보겠다, 열심히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한 자리인 만큼 이들을 취재하는 언론의 경쟁도 치열했다. 특히 기념식이 시작되고 30분이 지나서야 행사장에 등장한 두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리면서 행사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앉아 있던 내빈석 바로 앞 장애인석에서 기념식을 관람하던 장애인이 기자들에게 가로막혀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기념식에서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과 함께 성평등 디딤돌과 성평등 걸림돌 발표도 이어졌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10년 넘게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밀양 할매들’이 수상했다. 할매들을 대표해 시상식에 참석한 성은희, 김옥희, 이봉남, 유은희씨는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에게 상을 건네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성은희씨는 “이번 수상을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남의 것을 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던 땅에 그대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더 많은 분들이 밀양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을 향해 “밀양에 꼭 한번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4년 넘게 노동탄압, 성희롱 등 인권유린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김천직지농협 근무자 김미숙 과장, 불이익을 감수하며 여성 수사관으로서 모범이 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서울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부부강간죄’를 최초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 여성연예인 성착취 실태를 고발한 영화 ‘노리개’(최승호 감독)가 선정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미숙 과장은 “성차별 없는 사회, 여성들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평등 걸림돌에는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여기자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은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노동자 권리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 김태흠, 시설 내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은폐 묵인한 자림복지재단과 가해원장 2명,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와준 동료에게 불이익 처우를 가하는 르노삼성자동차,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남양유업이 선정됐다.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 291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500여명은 ‘민주주의 회복’ ‘평등 세상’ ‘소통 사회’를 강조한 ‘3·8 여성선언’을 선포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지난 1년 여성의 삶은 안녕하지 못했다”며 “지난 주말 전해진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돼선 안되며, 이제는 이웃과 주변을 살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 △여성 고용률 확대를 위해 괜찮은 여성일자리 창출과 여성의 지속가능한 노동 보장 △여성폭력 근절과 여성건강을 위한 종합 대책 수립 △민관 거버넌스 강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여성 참여 보장 등을 정부가 실행할 것을 촉구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가수 이은미씨의 축하공연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축하공연이 끝난 후에는 시청광장까지 행진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청계광장에서 시청광장까지 이어진 행렬은 노란색 물결 같았다. 행진 퍼레이드는 같은 시각 서울광장에 모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3주기 탈핵문화제’ 참여자들과 조우하며 ‘탈핵과 여성의 공동행동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문MC 최광기씨와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에는 김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한명숙·이미경·남윤인순·도정환·유승희·윤관석 의원과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 정의당 심상정·김제남 의원,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등이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기념식에 앞서 오전 11시부터 청계광장에는 시민단체들이 준비한 20여개 다양한 전시와 캠페인 부스로 구성된 ‘안녕보라 점핑난장’이 펼쳐졌다. 여성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치장한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홍보물을 나눠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특히 난장에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여성단체는 물론 서울여성노동자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우렁각시 등 노동단체를 비롯해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대한심장학회 여성심장질환연구회 등 의료단체와 환경운동연합, 여성환경연대 등 환경단체까지 참여해 한 자리에서 다양한 이슈를 접할 수 있었다.
각 부스는 이슈를 알리고, 단체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여성을 위협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반대하는 ‘성폭력 격파 퍼포먼스’를,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바자회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간단한 음식을 판매했다. 살림의료복시사회적협동조합은 여성들에게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간단한 근육운동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특히 ‘김치녀 대자보’로 여성혐오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던 페이스북 ‘댁의 김치는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