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당일까지 어수선... ‘인권 탄압 보이콧’ ‘테러 위협’ ‘부실 인프라’ 넘어설까
88개국 3천여명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의 소치 동계올림픽이 7일 오후8시14분[한국시간 8일(토) 새벽1시14분] 개막했다. 올림픽은 축제다.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53조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고 예산이다. 개막식은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탄성을 자아내기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함에 가려진 소치의 그늘도 있다. 소치올림픽은 개막 때까지 인권 탄압, 테러 위협, 인프라 부족 등 우려가 되어온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동성애 인권 탄압 ‘세계의 보이콧’... 국가수장 개막식 줄줄이 거부, 유명작가들 항의서한
소치 올림픽 개막식에는 미국의 오바마, 캐나다의 하퍼, 독일의 메르켈, 영국의 캐머런, 프랑스의 올랑드 등 각 국가수장들이 불참했다. 러시아의 인권 탄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지난 해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법안과 교회를 비난하는 행위의 처벌을 강화하는 신성모독금지법을 통과시켜 인권과 자유 탄압에 대한 세계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정부는 반동성애법에 대한 반대의 뜻으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두 명의 선수를 소치 사절단 대표에 넣었고, 노르웨이도 동성애자인 자국 장관 부부를 겨울올림픽에 이어 3월 소치장애인올림픽에도 사절단 대표으로 파견 예정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올림픽 기간 동안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러시아의 인권 탄압에 대한 보이콧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개막 하루 전인 6일에도 오르한 파묵, 귄터 그라스, 살만 루시디 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비롯 세계 30개국의 유명작가 200여명이 러시아 정부에 보내는 항의 서한을 써서 공개했다.
이슬람 항공 테러 위협... 경고에 그치지 않았다
다게스탄 공화국 등 러시아 북코카서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은 소치올림픽을 저지하기 위해 테러 경고를 해왔다. 이 테러 위협은 경고에 그치지 않았고, 이들은 지난해 소치 인근 볼고그라드에서 12월 29일,30일 두 차례 연쇄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34명이 숨졌다.
러시아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철통 보안을 약속하며 인구 30만인 소도시 소치에 보안요원 6만명을 동원키로 했다. 선수 1인당 20명 이상이 배치되는 셈이다. NATO-러시아 회담에서 소치올림픽 안전 문제와 관련해 정보 공유 및 협력 지원도 협의했다.
개막 하루 전인 6일부터는 한시적으로 액체 수하물의 기내 반입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소치 현지에선 액체가 든 짐이 검문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속속 나와 허술한 안전망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5년 만에 완성한 졸속 인프라... 호화 올림픽에 부실 건물
올림픽 참석을 위해 모인 현지 선수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개막일 하루 전에도 소치 내 숙박시설의 히터가 작동하지 않거나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등 부실한 인프라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올림픽 경기를 위해 수천명의 사람들이 드나들어야 함에도 화장실 하나 만들지않은 경기장도 있다.
불과 만 5년 동안 졸속으로 새 도시를 세웠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007년 소치가 과테말라 IOC총회 때 올림픽을 개최권을 따낼 당시, 이곳은 10~15%의 인프라밖에 구축이 안 된 상황이었다.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소치에는 2개의 발전소, 3개의 물 정화시설, 300Km의 도로, 22개의 터널과 교량, 새 학교와 의료기관, 50개의 호텔 등을 비롯해 세계 최고 규모의 동계스포츠센터가 만들어졌다.
푸틴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열리는 소치 올림픽은 동계올림픽임에도 510억달러(53조)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인 2008 베이징하계올림픽보다도 10조 가량 많은 금액이다.
“1980년 모스코올림픽 때의 감격과 열정을 기억한다. 힘과 영감을 주는 올림픽이 러시아에 다시 찾아와 기쁘고 희망을 느낀다. ” 지난 5일 126차 소치IOC총회에서 푸틴은 장밋빛 기대를 내비친 연설을 했다. 결국 개막날까지 시끄러운 문제들을 안고 시작한 소치올림픽이 우려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기대만큼 성공적인 축제로 기억될 수 있을지 17일의 여정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