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은 11월 같은 마흔을 노래
마흔넷이 돼 삶을 반추하는 목소리는 밝고 명랑해져
젊지 않은 삶도 살 만하다… 중년도 화려하고 좋은 나이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마흔의 허망함을 드러내는 노래다.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마흔의 허망함을 드러내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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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서른을 넘기면서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하고 노래했지만, 마흔이 되고 보면 그건 좀 엄살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흔의 허망함은 참으로 남다르기 때문이다.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바로 그 느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작사, 이병우 작곡·1991)

 

이 노래는 발표되고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아니 이 노래뿐 아니라 음반 ‘양희은 1991’에 수록된 모든 노래가 그랬다. 그가 미국에 머무르고 있어 제대로 연예 활동이란 걸 하지 않아서 그랬기도 했겠지만, 대중이 기대하는 양희은의 이미지는 여전히 씩씩한 청년이었기 때문이어서 그랬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몇몇 사람들 마음에 아주 깊숙이 박혔고, 이 노래를 잊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1998년 드라마 ‘달팽이’ 삽입곡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7년 만에 음반이 다시 팔렸고 이후 양희은의 최고 레퍼토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실 이 노래는 사랑 노래가 아니다. 언뜻 보기에 이 노래의 핵심이 ‘사랑’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숨어 있는 진짜 주인공은 ‘세월’이다. 이 노래의 쓸쓸함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서 생긴 쓸쓸함이 아니라, 이제 다시는 열정적인 사랑을 해볼 수 없을 것 같은 나이에 이른 쓸쓸함이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라는 구절은, 이제 인생을 꽤 살았다는 느낌이 드는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때 양희은의 나이는 ‘꼴랑’ 마흔이다. 음반 ‘양희은 1991’에 수록된 노래 대부분은, 이렇게 인생 다 산 것 같은 허무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지배한다. 젊은 시절의 친구와 삶의 궤적을 반추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11월 그 저녁에’를 들어보면, 마흔이란 나이를 마치 11월 저녁 분위기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마흔이란 나이가 그렇다. 몸에 기운이 떨어지고 사는 재미도 뚝 떨어지고,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어떠어떠한 일을 하며 살다가 늙어가겠구나 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는 나이, 젊었을 때 느꼈던 예측불허의 흥미진진함 같은 것이 다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나이이다.

그런데 정작 40대 초반을 넘기고 중반쯤에 들어서면 전혀 달라진다.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랐지 어린 날엔/ 나이 열아홉 그 봄에 세상은 내게 두려움/ 흔들릴 때면 손잡아 줄 그 누군가 있었으면/ 서른이 되고 싶었지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이겨 나갈까/ 무섭기만 했었지/ 가을 지나면 어느 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네/ 우린 언제나 모든 걸 떠난 뒤에야 아는 걸까/ 세월의 강 위로 띄워 보낸/ 내 슬픈 사랑의 내 작은 종이배 하나

양희은 ‘내 나이 마흔 살에는’(양희은 작사, 김영국 작곡·1995)

 

마흔넷이 됐을 때 삶을 반추하는 그의 목소리는 다시 밝고 명랑해진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물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보다도 훨씬 밝고 경쾌하다. 20대에는 서른 이후를 상상할 수 없었지만, 마흔이 되고 나니 그 서른 살이 얼마나 젊은 나이였는지를 깨닫고, 또 다시 40대 중반이 되니 마흔 넘길 때의 우울함 같은 것도 참 우습게 느껴진다. 40대 후반이 돼서야 깨닫는다. 마흔 고개를 넘길 때 우울함은, 이제 젊음이란 게 완전히 가버린다는 아쉬움, 그 유치한 집착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젊지 않은 삶, 그것도 얼마나 살 만한 것인지, 40대 중년의 나이가 얼마나 화려하고 좋은 나이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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