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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걸 매춘 사업에 도의원이 깊숙이 가담한 것으로 최근 밝혀져

여성계가 경악하고 있다. 경기도 건설위원회 간사인 김 경수 의원.

그는 96년 7월부터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사단법인 한국관광특수협

회를 통해 사문서를 위조, 러시아와 필리핀의 송출업자와 협회소속

유흥업소사이에 인터걸을 연결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회장으

로 있는 협회에 소속돼 있는 업소는 동두천, 평택, 군산, 춘천 등 미

군 기지촌을 중심으로 총 1백91개소. 소개해주는 댓가로 그는 1억8

천여 만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으며 협회를 축으로

인터걸을 거래해온 외국 송출업자와 협회소속 업주 5명은 인터걸의

화대 1억5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동안 협회가 국내에 입국시킨 인터걸의 수는 총 1천93명. 현재

체류하고 있는 인터걸은 3백24명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 여성은 57

명, 필리핀 여성은 2백87명이다.

김 의원이 인터걸을 국내 입국시키기 위해 사용한 수법은 존재하지

않는 연예인 그룹이나 공연단을 내세워 허위로 작성한 외국인 국내

공연 신청서를 문화관광부에 제출하면서 연예인이 아닌 외국여성들

을 가수나 무희로 끼워넣는 식이었다. 지난 64년 정부의 관광진흥정

책에 따라 설립된 한국특수관광협회는 외국인전용 유흥음식점 업주

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회원 업소들은 면세주류를 싼 값으로

제공받고 외국 연예인을 고용해 왔다.

공포에 질린

마리아와 필리핀 여성들

관광특수협회 비리가 전격 폭로된 것은 ‘매춘을 해야하는지 꿈에

도 모른 채 가족의 생계비를 마련해보겠다는 생각’에 한국에 들어

온 필리핀 여성 마리아(25)와 동두천 소재 팔라스 클럽에서 함께 일

하고 있던 여섯명의 동료들에 의해서다. 이들 일곱명의 여성이 한국

에 들어온 지는 6개월에서 1년 사이. 나이는 스물둘에서 스물다섯.

이들은 경찰서에서 “업주가 화대비를 상습적으로 갈취해 오고, 억

지로 2차를 강요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무서워 팔라스를 도망쳐나왔다”고 진술했다. 이들 여성들은 2박3일

을 혜화동 혜화성당에 숨어 지내다 필리핀 요한신부와 함께 19일 용

산경찰서를 찾아 팔라스 업주와 송출업자 및 관광특수협회를 신고하

게 된 것. 용산경찰서 김원길 강력반장은 당시 이 여성들은 “심한

공포에 질려 있었다”고 말했다. “성당 앞 가게를 못 나갈 정도로

겁이 난다면서 경찰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 일곱명의 여성

들이 한꺼번에 집단 탈출하자 팔라스 업주는 곧바로 이들 여성에 대

한 긴급수배 전단을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을 찾습니

다’는 제목의 이 전단에는 “많은 피해를 주고 도망쳤으니 이들을

본 사람들은 곧바로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과 함께 “찾아주는 사

람에겐 1인당 1백만원 가량의 사례금을 주겠다”는 문구도 첨가돼

있었다. 용산경찰서는 22일자로 김경수 의원과 송출업자 권모씨 등

7명을 검거, 김 의원 등 3명에 대해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지법 영장전담반은 “김 의원이 매춘

을 강요한 물증과 업주들이 화대를 갈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24일 모든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이 사건은 9월8일자로 서울지검에

송치돼 있는 상태이다.

동두천 ‘왕포주’

한국특수관광협회

사건이 전해지자 여성계는 “도의원이 이런 사업의 핵심인물이라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최영희)는 “현장에서는

매춘을 강요받아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이 엄연히 있는데도 확실한

물증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영장을 기각한 재판부의 판결

을 문제삼았다. 여협은 매춘산업에 외국여성들까지 강제로 끌어들인

당사자들은 마땅히 처벌받고 이들과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 조직들을

근본적으로 뿌리뽑는 일이 시급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앞으로 검

찰의 수사와 재판부 판결이 미진할 경우 대대적인 시위도 불사하겠

다는 입장.

매춘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온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 김윤옥)는 “동두천의 왕포주나 다름없는 관광특수협회가 연

루된 이 사건은 굉장히 뿌리깊은 커넥션이 깔려있어서 해결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전제한 뒤 “러시아나 필리핀 여성들을 대

상으로 직접 상담한 결과에 따르면, 관광특수협회를 비롯한 국내 연

결조직들이 이들 여성에게 무조건 매춘을 협박, 생계비 마련을 위해

서건 댄서의 꿈을 꾸고 한국에 들어온 외국 여성들이건간에 이들을

모두 접대부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동두천, 군산, 춘천, 부산 5개 지역 1백여 여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마지막 검토단계에 있는 교회여성연합회는

“국내 유흥업소에 있는 외국인 여성들은 자신이 접대부로 한국에

오게 된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러시아 여성의 경우는 대

부분 고학력이었고, 이들중에는 댄서의 꿈을 가진 여성들도 많았

다”며 “단기간에 돈을 벌 목적으로 한국에 온 이들 여성은 순전히

업주들의 협박에 의해 매춘부로 바뀌고 있는 중이었다”고 밝혔다.

교회여성연합회는 “현지 송출업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인터걸의

용도가 접대부인 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며 “결국 국내 조

직책이 주도적으로 외국여성들을 매춘산업에 유입시키고 있는 실

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여성연합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이런 사건의 해결이 인터

걸의 일방적인 추방으로 귀결될까 우려스럽다”면서 “섣불리 대안

을 마련하기는 어렵겠지만, 댄서의 꿈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여성들

을 윤락여성으로 둔갑시키는 국내 조직을 뿌리 뽑는 일이 우선”이

라는데 한결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최진숙 기자 jins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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