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어디에서 생길까? 어떤 꿈은 결핍에서 생기고, 어떤 꿈은 익숙한 환경이 만들고, 어떤 꿈은 억압에서 힘을 얻는다. 그런가 하면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게 되는 꿈도 있다. 전생에서부터 익혀온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이화중선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가 심청가를 부르면 조선의 백성들이 모두 귀를 기울였고, 그중에서도 가을 달빛이 뜰에 가득한 날, 심청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대목인 ‘추월만정’(秋月滿庭)을 부르면 조선의 여인들은 따라 울었단다. 일제 치하의 조선의 백성들에게 ‘소리 보살’로 통한 그녀를 서정주 시인은 하늘 아래서 제일 서러운 소리를 하다 간 사람이라 했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떤 꿈은 스스로 발현하기 위해 꿈을 품은 자를 잡아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화중선의 소리를 들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런데 단박에 ‘어, 저 여인은 누구지’ 하는 관심이 생겼다. 1930년대 녹음 음반이라고 하는데도 그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화중선의 소리는 그만큼 독보적이다. 맑고도 청아한데 힘까지 있으니. 자연히 그녀의 인생에 관심이 생겼다.

세상에, 뭐 그런 인생이 있었을까. 첩의 딸로 태어나 열다섯 살 때쯤 아이 셋 딸린 바보 남자와 살았단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녀 인생이 얼마나 각박하게 시작됐는지 짐작이 된다.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고 무서워도 무섭다 하지 못하는, 존재감 없는 인생이지 않았겠는가. 그런 여염집 여인이 어느 날 소리를 만난다. 그 당시 협률사 공연이 동네를 찾아온 것이다. 단박에 그 소리에 반했다. 자기 속에 있는 줄도 몰랐던 꿈이 꿈틀, 반응한 것이다. 소리가 하고 싶어서, 소리를 배우고자 봇짐을 쌌단다. 설날, 국악방송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화중선 얘기를 해서 귀가 솔깃했다.

“1898년에 태어났습니다. 열다섯 살쯤 아이가 셋 딸린 바보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스무 살 때쯤 동네를 찾아온 협률사 공연을 보러 가서 난생처음으로 판소리와 창극을 접하고는 소리를 배우고 싶어 덮어놓고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남원으로 갔지만 어찌해야 할지 몰라 무턱대고 남원에서 소리로 유명하다는 사람 동생과 결혼했습니다. 그럼 시속한테 소리를 배울 수 있을 테니까. 시속한테 판소리 세 바탕을 배우고 이혼한 후, 돈 많은 남자 첩이 되어 살다 소리를 위해 또 한 번 가정을 버립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자신에게 소리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협률사 창극단으로 들어갑니다. 조선을 뒤흔드는 인기를 누리다 마흔 몇 살 때쯤 일본 사가현 앞바다에서 발견된 명창 이화중선. 이화중선이 남긴 것은 달랑 소리뿐입니다.”

목숨 부지하는 일이 힘들어 늘 허기지고, 늘 쓸쓸했던 이화중선. 그런 여인이 바로 ‘저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나 생기가 생기고 표정이 생긴 것은 그래도 일반적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을 하기 위해 미련 없이 여태껏의 삶을 버리는 것은? 익숙한 모든 것을 버린 위험을 모두 감수하고 더 고단해진 인생을 에너지로 소리를 했으니 소리에 인생사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화중선을 생각하며 나는 생각한다. 꿈은 그렇게 그녀 인생을 잡아먹으며 그녀 인생을 세웠구나 하고. 내 인생을 잡아먹어도 아깝지 않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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