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으로 ‘부부 강간’ 소재 다룬 KBS ‘왕가네 식구들’
“보기 불편” “제작진은 사과하라” 시청자들 비판

 

지난 26일 방영된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이  ‘부부 강간’을 소재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 방영된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이 ‘부부 강간’을 소재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시청률 45%를 넘나들며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이 범죄인 ‘부부 강간’을 소재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방송분에서는 왕호박(이태란)이 바람이라도 필까봐 노심초사하는 허세달(오만석)의 모습이 그려졌다. 호박은 세달의 속을 태우기 위해 직장 동료와 작전을 짜고, 일부러 세달의 전화를 받지 않고 회식을 하는 척했다. 회사 남자 직원이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를 본 세달은 호박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술김에 부부관계를 맺고 늦둥이가 생기니 금실이 좋아졌다”는 이웃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는 실행에 옮긴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진다. 호박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집에 들어오자, 세달은 호박의 허락도 없이 성관계를 가진 것이다. 다음 날 “아무 것도 기억 안 나냐”는 세달의 물음에, 호박은 전날 성관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이상한 꿈을 꾼 것 같다”고 말한다. 호박은 “태몽일 것”이라는 세달의 말에 “꿈도 꾸지 마라”는 말로 세달과 성관계를 가질 마음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세달은 성관계 할 의사가 전혀 없는 호박을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강간’한 것이다.

‘왕가네 식구들’이 부부 강간을 소재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송 초기에는 세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호박이 세달을 강간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 바 있다.

부부 강간은 엄연한 범죄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정상적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부부 사이라도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확정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도 부부 강간을 상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 제작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김모씨는 게시판에 “이미 한국에서도 제대로 성교육 받고 올바른 성의식 있는 사람들은 부부 강간과 데이트 강간에 대해 개념이 있다”며 제작진을 향해 “성교육을 제대로 받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강력한 비판은 아니라도 온라인상에서는 “보기 불편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윤모씨도 “와이프가 술 먹고 들어와 본인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은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강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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