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솔로들의 여성 혐오

작년에 청년들의 솔로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 작업을 했다. 정부 공식 통계 등 데이터 작업만으로 분석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작업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 안정적 데이터는 수년 전에 벌어진 일들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금 막 진행되는 일을 이해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그래서 귀찮은 데다가 파편적인 정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직접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한다.

내가 했던 작업 중 상당한 내용은 굳이 인터뷰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이미 알고 있거나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긴 내가 특출나거나 특이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상식적인 얘기를 해준다. 그러나 그중에서 정말 특이한 흐름을 만났는데, 특히 결혼하지 않은 남성 솔로들에게서 특이 사항을 발견했다.

내가 20대 때부터 학술적으로 만난 개념은 가부장제였고, 경제적으로는 여성 차별 혹은 성별 차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유럽에서 만난 극우파들 중에는 친구도 있었다. 스킨헤드에 가죽옷에 체인을 두르고 있던 대학원 시절의 친구 한 명은 전형적인 극우파였다. 수학을 잘해서 수학 증명 몇 가지를 그 친구에게 배웠는데, 내가 태어나서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수학 설명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여성혐오주의와는 거리가 멀었고, 여성은 약하기 때문에 돌봐야 한다는, 그런 전형적인 마초였다.

한국의 50~60대 남성은 대체적으로 남성 우월론자들이고, 가부장 시절의 권위주의자들이다. 40대는 어정쩡한 경우가 많다. 확실한 마초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성 차별론에서 완전히 나온 것도 아니다. 20대 남성들에게서는 특별한 경향을 아직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들에게는 젠더, 즉 성에 따른 의식의 분화보다는 비정규직 강화에 따른 신빈곤 현상에 뒤이은 경제적 공포가 더 큰 특징으로 보였다.

30대 초·중반 솔로 남성들에게서는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여성혐오증이 관찰됐다. 경제적 여건과 결혼에 대한 남녀의 비대칭성이 원인이다. 같은 30대 초·중반 솔로라도 젠더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생각은 크게 달라 보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말로 특이하게 나온 것은 10대, 특히 남자 고등학생들의 강렬할 정도의 여성혐오였다. 가부장제의 여성 차별과는 전혀 양상이 다른, 정말로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관찰되기 어려운 특이 현상이었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당연하다 치더라도 대안학교에서도 이런 현상이 상당히 관찰됐다. 남성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혐오가 더 강해지고, 그 이유도 나름 치밀해지고 있다는 것, 한국에 대한 분석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안이 됐다. 한국 경제가 점차적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가면서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과 함께 성별 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유럽의 몰락으로 북유럽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극우파적 인식이 늘어났고, 인종주의도 오히려 강화됐다. 유사한 양상이 우리나라에서는 젠더를 둘러싼 성별 갈등으로 본격화될 것이다. 행정적으로는 젠더 문제가 완화돼가는 양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남성 솔로들과 10대들의 여성혐오, 해결책이 있을까? 경제 위기의 시대, 경제적 해법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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