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연애 적령기, 25세 넘으면 올드미스

그저 이팔청춘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여자 나이에 대한 감각은 1960~70년대에 현격하게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히스테리가 이만저만/ 데이트에 좀 늦게 가면 하루종일 말도 안 해 웟 셜 아이 두/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강짜 새암이 이만저만/ 젊은 여자와 인사만 해도 누구냐고 꼬치꼬치 오 헬프 미/ 우 우~~ 라 라~~/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서비스가 이만저만/ 춥지 않느냐 뭘 먹겠느냐 털어주고 닦아주고 오 탱큐/ (중략) / 아 아 남들은 물라요/ 아 아 올드미스 우리 애인 넘버원 넘버원

최희준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손석우 작사·작곡, 1962)

최희준의 첫 히트곡인 이 노래는, 노처녀에게 덮어씌워지는 편견이 드러나면서도 이런 노처녀를 사랑스럽게 그리고 있어서 흥미롭다. 드디어 여자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올드미스’라 칭해지는 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대체 이 여자는 몇 살인데, ‘올드미스’ 소리를 들었을까?

1960년대 후반 김상희의 히트곡 ‘단벌신사’에서는 ‘단벌신사 우리 애인은 서른한 살 노총각님’으로 시작한다. 31세 남자가 노총각 소리를 듣던 때였으니, 여자는 25세만 넘으면 올드미스였다. 1963년 경향신문은 숙명여대생 여론조사에서 25~27세 결혼을 원하는 학생이 25%이고 27~29세를 원하는 학생도 12%라 나왔다며, ‘올드미스를 지망하는 여대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딸을 대학에 보내면 노처녀 만들기 십상이라 생각하며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선을 보게 해 약혼을 서두르는 부모들이 1970년대까지 꽤 흔했다.

서른을 넘긴 미혼 남녀가 흔한 요즈음의 감각과는 격세지감이 있다. 하지만 ‘낭랑 십팔 세’나 ‘열아홉 순정’ 타령을 하던 1950년대에 비하자면 크게 달라진 것이 분명하다.

성인으로 인정받는 국제적 기준의 나이가 우리에게도 보편화됐고, 무엇보다도 여성들의 교육이 늘어난 것이 그 이유로 보인다. 1950년대에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실시된 이후 한국의 교육열은 어마어마하게 치솟았고, 1960년대를 거치면서 대도시의 서민 가정에서는 딸들도 고등학교까지는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니 스물은 돼야 시집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검은 교복과 단발머리에 묶여 있던 중·고교를 끝내고 사회나 대학에서 어른 대접을 받는 나이가 돼야 연애와 결혼을 비로소 생각할 수 있었다. 열아홉 나이는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 ‘소녀’라는 인식은 다음 노래에서도 잘 드러난다.

1. 봄이 되어서 꽃이 피니 갈 곳이 있어야지요/ 여름이 돼도 바캉스 한 번 가자는 사람이 없네요/ 나는 괴롭힐 사람 없는 조용한 여자 나는 괴롭힐 사람 없는 깔끔한 여자랍니다

2. 스물한 번 지나간 생일날 선물 한 번 못 받았구요/ 그 흔한 크리스마스 파티 한 번 구경 못 했지요/ (중략)

4. 나는 소녀가 아니고 여인 또한 아직은 아니지만/ 장발 단속에 안 걸리니 여자는 분명 여자라오/ (하략)

이연실 ‘조용한 여자’(이연실 작사·작곡, 1972)

난 그런 거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괜히 겁이 나네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중략) / 난 아직 어려요 열아홉 살인 걸요/ 화장도 할 줄 몰라요 사랑이란 처음이어요/ (하략)

윤시내 ‘난 열아홉 살이에요’(이장희 작사·작곡, 1975)

영화 ‘별들의 고향’ 삽입곡인 ‘난 열아홉 살이에요’에서 19세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런 모습을 ‘소녀’로 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대신 여자 스스로 나서서 연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애인 없음’이라고 이렇게 능청스럽게 광고하는 ‘조용한 여자’의 나이는 만 21세다. 이쯤 됐으면 ‘소녀도 아니고 여인 또한 아니’니, 연애 적령기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아마 지금의 스물한 살들은 일제히 “뭥미?” “뭐래?”라고 내뱉을 것이다. 알바와 스펙 쌓기에 정신없는데, 무슨 팔자 좋은 연애 타령이냐고 말이다. 그러니 50대들이여. 결혼 언제 하냐고 젊은이들 염장 지르는 재촉은, 새해에는 아예 잊어버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