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이 “신라가 당나라의 힘을 빌려 삼국 통일을 하면서 우리 영토가 만주를 잃고 한반도로 쫄아들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것이 퍽 애석하게 생각됐다. 하기야 지금은 세계화 시대, 영토의 의미도 전과는 다르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고향과 고국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 그런 ‘존재의 근원’을 소중히하지 않는가.

조금 더 철이 든 고등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은 ‘동학란’(지금은 동학혁명이라고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게 불렀다)과 청일전쟁을 설명하실 때, 청국과 일본이라는 외세가 개입하면서 우리 역사의 근대화의 기운이 짓밟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더욱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가. 독도를 둘러싼 한·일 분쟁,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분쟁에 이어 이어도 상공을 둘러싼 방공식별구역 문제로 한·중·일 간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방공식별구역을 미 공군이 예고 없이 비행했다는 뉴스도 들린다. 조급한 이들은 제2의 청일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지레 불안해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북쪽에서는 권력 제2인자가 갑자기 처형당했다는 황당 뉴스가 들려온다.

강의 시간에 학생들과 토론하는데 한쪽에서는 강대국 눈치 안 보게 통일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령’을 받드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사느냐고, 통일보다는 경제협력이나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갑자기 북한 체제에 위기 상황이 닥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를 걱정한다. 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혹은 지뢰밭 투성이라는 비무장지대를 넘어서 남한으로 한꺼번에 넘어온다면? 한꺼번에 수십만의 주민을 받아들일 우리의 경제적 여력은 충분한가? 그렇다고 이들에게 총을 쏘아 북한으로 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고 당분간 임시난민수용소라도 만들어야 하나? 아니 그보다 어떤 이들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넘어오기보다 두만강 건너 중국으로 가리라든지 혹은 아예 북한이 중국의 몇 번째 성(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거 참 답이 없다고 걱정들을 하더니 한반도가 강대국 틈새에서 ‘샌드위치가 될 게 아니라 고슴도치’가 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북한에 매장된 지하자원의 가치는 대체로 6000조원, 남한의 24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자본이 이들 자원의 개발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북한의 자원은 중국에는 ‘노다지’, 한국 자본에는 ‘노 터치’라는 것이다. 어디 지하자원뿐인가, 지금은 멈춰선 개성공단도 남한의 중소기업이 북한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경협 모델이었다.

위기는 기회라던가. 돌아보면 한일병합의 전초전이 된 청일전쟁도 세계 질서 재편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21세기 들어서 특히 동북아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또 한 번 질서 재편의 소용돌이에 들어서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미래 세대에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줄 수 있는 호기일지 모른다. 이번에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고래들을 조율하는 새우 혹은 고슴도치가 될 수 있을까. 역사에서 배울 줄 아는 국민만이 그런 미래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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